[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중심으로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 일당에 대해 경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세사기 사건 가운데 첫 사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수사1계는 건축왕 A(61)씨 등 51명에 대해 사기 등 혐의를 추가하고, 이 가운데 A씨를 포함한 18명에 대해서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송치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형법 제114조에서 규정하는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한 단체를 조직할 때 성립된다. 형법상 사기죄보다 형량이 훨씬 무겁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533세대의 전세보증금 43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1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건축왕' A씨 관련 전세사기 피해 신고는 총 987건이고, 피해를 주장하는 보증금 합계는 800억원대다.
이 가운데 경찰은 161건(피해금 125억원)에 대해 A씨 등 10명을 검찰에 먼저 송치했다. A씨 등은 지난달 15일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다.
경찰은 이번에 식별된 372건(피해금 305억원)의 피의자 51명에 대해 추가 혐의를 적용해 오는 11일 송치할 예정이다.
이로써 2차 송치할 사건까지 합하면 이날까지 확인된 건축왕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533명, 피해 보증금은 430억원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피해 신고가 접수된 987건 중 나머지 454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여 추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인원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범죄를 저지른 점에 비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했다"면서 "경찰은 피해자 피해회복 및 일상화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국토부, 지자체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하고, 서민침해형 범죄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건축왕'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대부분의 토지를 매입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직접 건축했다.
그는 PF 및 준공 대출금으로 건축 비용을 충당하고,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사업비용을 충당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2700여 채에 달하는 주택을 보유했다. A씨는 또 자신의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보조원)들을 고용해 자기 소유 주택에 대한 중개를 전담하도록 했다.
결국 A씨는 대출금과 전세보증금 수입에만 의존해 대출이자, 직원 급여, 보증금 등을 돌려막기 하던 중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1월부터 여러 주택에 경매가 개시됐지만 공인중개사 등은 이 사정을 숨기고 전세계약을 체결해 전세보증금을 편취했다.
한편 A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3명은 최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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