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비상사태 해제에 하늘길 '활짝'…검역 관문 문제없다

기사등록 2023/05/08 12:00:00 최종수정 2023/05/08 12:56:05

인천공항검역소 가보니…여행·교역 늘며 검역 증가

"K방역 자랑스러워…신종 감염병 언제든 대응한다"

인력 확충·검역 인식 제고·검역관 안전 등 개선해야

[인천=뉴시스] 인천공항 및 인천검역소 검역관들이 지난 2일 오전 베스트웨스턴인천에어포트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2023.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구무서 기자 =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방역의 긴장감이 예년보다 감소했지만 국경의 관문을 지키는 검역관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여행과 교역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감염병 출연과 유입에 대한 위험도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검역관들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립한 'K방역'을 근간으로 새로운 위기에 적시 대응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방문한 인천공항검역소는 한국을 찾은 입국객들의 검역이 한창이었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방역 조치가 완화하면서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공항과 항만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 차단의 1차 관문이다. 우리나라의 첫 코로나19 확진자도 인천공항에서 발견됐다.

그간 공항에서 8만5948명을 검사해 9817명의 확진자를 조기에 파악했다. 인천항과 평택항의 검역을 관할하는 인천검역소에서도 41건의 배를 검역해 1만2865건의 진단검사를 실시했으며 157명의 확진자를 찾았다.

검역은 기본적으로 입국자가 제공하는 정보와 발열 여부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면 질의응답을 통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의심이 될 경우 검사를 한다.

검역에 있어서 입국 정보는 역학조사와 검사 대상을 판단하기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서류 내용을 파악하는데 코로나19 초창기에는 1인당 5~1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비행기 1대가 내리면 검역에만 1시간이 소요된 셈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일 때에는 관계부처 공무원, 군의관 등 지원 인력이 800명까지 투입될 정도였다.

심규형 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은 "코로나19의 경우 전 승객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하다 보니 날아온 시간도 피곤한데 줄은 장시간 서 있는 피로감, 스트레스를 일선에서 맞닥뜨려야 했다"며 "검역 절차도 수시로 바뀌면서 업무 긴장감도 높았다"고 말했다.
[인천=뉴시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검역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청 제공) 2023.05.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정부는 2022년 3월부터 '큐코드'를 도입해 전산화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사전에 큐코드를 통해 정보를 입력하면 입국 과정에서 QR코드를 인증하고 발열 여부만 확인하도록 바뀌었다. 모든 과정이 대략 30초 만에 끝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초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이승화 인천공항검역소 검역관은 "큐코드는 출발 국가에서 미리 설치해 들어오라는 의미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설치를 하게 될 때 우리 인력들이 다 달라붙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며 "또 중국어로 갖고 온 PCR 검사지를 해석하는 인력도 소수였다"고 설명했다.

역학조사와 검사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조사와 검사에 비협조적이거나 불응하는 등 결과에 따른 항의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한 검역관은 "한 입국자가 나를 붙잡고 6시간 동안 항의를 한 적도 있었다"며 "현장 민원이 검역관에게 바로 오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항만 검역의 경우엔 아파트 10층 높이의 선박을 구명조끼만 입고 사다리에 의지해 올라가거나, 쥐·바퀴벌레가 나오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검역을 해야 하는 등의 고충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현숙 인천검역소 검역관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일상과 안전을 지키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느낄 수 있었다"며 "다음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듬직한 방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 검역관은 "해외 어디에 내놔도 K방역은 자랑스럽다. 이 검역 시스템은 신종 감염병에도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대응, 적용할 수 있다"며 "국민들이 보시기에 우리나라 검역이 믿음직하다는 안정감이 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검역 역량의 확충을 위한 해결 과제로 검역관들은 인력 증원과 강력한 민원에 대한 검역관 보호, 검역 절차의 이해도 제고 등을 꼽았다.

현재 검역 인력은 지원 인력을 포함해 298명으로, 2020년 788명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해두 인천검역소 검역관은 "CIQ라고 해서 세관, 출입국, 검역을 통합하는 표현인데 세관과 출입국에 비해 검역 인력은 소수"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인력이 충원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 검역관은 "출입과 세관은 당연한 입국 절차로 생각하는데 검역은 그런 인식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검역도 하나의 절차로서 인식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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