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단체 채팅방서 쓴 'ㅂㅅ' 표현, 모욕 인정 안돼"

기사등록 2023/04/26 16:30:28 최종수정 2023/04/26 18:22:04

시민단체 회원과 대표 다툼 중 단톡방서 욕설

法 "직접적인 욕설 피하려 초성 'ㅂㅅ'을 기재"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단체 채팅방에서 'ㅂㅅ'이라고 적었더라도 직접 욕설을 한 것이 아니어서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이태웅)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 4일 무죄를 선고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이었던 A씨는 지난 2020년 10월 시민단체 대표 B씨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다투던 중 'ㅂㅅ' 등 표현을 썼다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내부 부정행위 신고자를 탄압한다'는 이유에서 다툼이 벌어졌고, A씨는 B씨에게 "ㅂㅅ 같은 소리", "ㅂㅅ아"라는 표현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모욕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검찰 역시 A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가 'ㅂㅅ'이라는 한 것을 '병신'이라고 한 것과 동일하다고 봤다. 1심은 "경멸적 표현을 담은 욕설로써 피해자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모욕행위"라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직접적인 욕설의 표현을 피하려 하면서 이를 연상할 수 있는 초성 'ㅂㅅ'만을 추상적으로 기재했을 뿐이다"며 "이 사건의 'ㅂㅅ'은 부정적 비판적 의견이나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표현에 불과할 뿐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문언상 'ㅂㅅ'과 '병신'의 양 표현이 일치하지 않으므로 이를 완전히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A씨는 '병신'이라는 직접적인 욕설의 표현을 피하려 하면서 이를 연상할 수 있는 초성 'ㅂㅅ'만을 추상적으로 기재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