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간 계약…전세사기 피해금 정부가 물어주긴 쉽지 않아"

기사등록 2023/04/26 06:00:00 최종수정 2023/04/26 09:31:31

당정 추진하는 특별법안은 '주거권 보장'에 초점

피해자·야당 반환채권 매입 등 보증금 보전 주장

'전세사기' 규모 어디까지 특정할지도 해결 과제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자가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2023.04.24. dy0121@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정부와 국회가 빠르면 이번주 중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켜 피해자 지원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주거권 확보 대책에 초점을 맞춘 정부와 보증금 보전을 바라는 피해자 간 '동상이몽'이 계속되고 있다.

또 사건별로 전세사기와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 등 유형이 각각 다르고 각 사건들에 대한 분류와 책임 소재도 아직 분명하지 않아 어느 정도까지 전세 임차인들의 피해가 보전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2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여야와 정부는 오는 27일 전세사기 특별법 발의를 목표로 실무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 발의보다 절차가 빠른 의원 발의로 진행하고, 발의와 동시에 국토위 심사를 거치기로 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특별법안은 ▲임차인 경매 참여 시 우선 매수권 부여 ▲낙찰 시 세금 감면 및 장기·저리 융자 지원 ▲LH의 우선 매수권 행사 후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대체로 임차인들이 살고 있던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권을 보장하는 내용이지만, 경매에 참여하려면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보증금에 더해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피해자들은 당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등 보증금을 최대한 보전받을 수 있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채권매입이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공공기관이 피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 반환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한 뒤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주택을 낙찰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나 민간에 매각해 비용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는 입장문을 통해 "보증금 채권매입 방안을 거부한 당정협의 결과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채권매입 방안이 어렵다면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별도의 피해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 측은 현재 캠코 등을 통한 보증금 반환채권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발의안은 보증금의 50~100% 수준을 보장했고,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역시 '적정한 수준'의 보증금을 보전받을 수 있게 했다. 야당 역시 피해자들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는 없다는 점에 동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50~70%에 달하는 손실을 확정짓는 것을 피해자들이 용인하겠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또 이러한 선(先) 보상 후(後) 구상 방안과 관련해서는 "사기 피해를 국가가 떠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사기 범죄를 국가가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04.20. dy0121@newsis.com

게다가 인천·서울·동탄·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건 중 어디까지를 전세사기로 봐야 할지도 하나의 새로운 난관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와 전세사기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를 취합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상 취합된 정보를 각 지자체와 공유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어 각 사례에 대한 빅데이터 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구체적인 전세사기 피해자수 및 피해규모 특정을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는 악용 우려도 있어 논의에 시간도 필요하다.

또 정부의 대책 수혜를 받을 대상의 규모를 규정하려면 전세사기와 역전세 피해를 따로 구분하고, 전세사기도 어느 시점까지 수사가 진행돼야 피해지원에 나설 것인지 개념 및 절차 정리가 필요하다.

이에 원 장관도 지난 25일 HUG 측에 전세사기 상담과 전세금 미반환 우려 등으로 인한 상담을 세분화할 것을 지시하고 "국회에서는 전세사기가 몇 건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있냐고 지적하던데 '전세사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면서 "적게 보고하면 축소했다고 지적할 것이고, 넓게 하면 불안심리만 조장한다 할 것이지만 당장 전세사기 피해자와 관련한 데이터 공유가 되지 않는 이상 명확한 전세사기 규모를 특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모든 피해 보증금을 보전해줄 수 있는 방안은 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가 특히 민간계약, 사인간의 계약이다보니 정부가 나서서 피해금을 물어주는 방법은 쉽지 않다"며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정부대책이 재발방지에 집중되고,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솔직히 뾰족한 답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나온 경매중단 및 유예도, 시간이 더 있으면 보증보험 가입자 등 피해복구 가능성이 높은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닌 분들에게는 해당 주택에서의 거주기간을 연장해주는 정도가 된다"며 "이미 국토부에서 제시한 전세사기 재발방지 방안부터 시행하고, 실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문제를 보완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