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10억대 수수' 1심, 檢구형보다 높은 형 선고…징역 4년6개월(종합)

기사등록 2023/04/12 12:15:00

박모씨로부터 청탁 대가로 10억원대 금품 수수

法 "현금 거래내역 등 증거…알선 수행하기도"

"수사 과정서 증거인멸 시도…진지한 성찰 없어"

檢은 징역 3년 구형…재판부가 더 높은 형 선고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09.30.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각종 청탁을 빌미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이 전 부총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공직자로서 지위를 이용해 알선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점을 거론하며 검찰 구형보다도 높은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12일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총장의 선고공판을 열고 "피고인을 징역 4년6개월 실형에 처하고, 9억8000여만원을 추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고 3억8000만원의 추징금 명령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집권 여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고위당직자 지위를 이용해 정치자금과 공공기관 알선 대가로 10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고 일부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며 "나아가 알선 행위를 실행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으며 공판 과정에서도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정당인으로서 공무원에 준하는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된 것까지 고려하면 엄벌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부지원금 배정, 공공기관 납품 및 임직원 승진 등 청탁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9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회에 걸쳐 박씨로부터 3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총 10억원대 금액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해오던 이 전 부총장 측은 재판을 거치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입장을 선회했는데, 박씨가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며 금품 수수 규모는 수천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업가로부터 청탁을 빌미로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을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3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09.30. chocrystal@newsis.com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 측 주장이 신빙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현금 등 출처, 피고인의 정치자금 등 금품 요구와 알선 요청 및 금품 공여 과정, 수수 전후 정황 등에 대한 박씨의 진술을 객관적 증거와 일치하는 반면 피고인의 주장은 증거와 배치되는 면이 많다"며 "계좌 송금 전후 대화 내용, 알선 수락 사정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반환한 돈은 채무 변제 등을 가장한 자금 회전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공소사실에 적시한 혐의 중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관련된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박씨 사이 금품 수수 이전 해당 알선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적이 없고 피고인은 금품 수수 이후에야 알선 요청을 받았다"며 "두 사람 간 제공된 금품은 알선과는 다른 이유로 교부됐고,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으로서는 금품 수수 당시에는 알선 내용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판단 취지를 밝혔다.

이날 판결에 대해 이 전 부총장 측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 전 부총장 변호를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는 "구형이 3년이었는데 판결이 4년6개월이라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실망스럽다"며 "피고인이 강하게 억울함을 호소해왔는데 재판부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알선 대가로 3억원을 지급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처음부터 재판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3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 운동원 등에게 법정 기준 이상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도 같은 해 9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지방 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로부터 수백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두 사건은 병합돼 심리 중이다. 지난달 31일 같은 재판부가 진행한 이 사건 첫 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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