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유출 비밀문서에 실린 각국 내용 종합
오르반 헝가리 총리 미국을 '3대 적국' 지정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유출된 미국 비밀정보문서에 등장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어떤 내용들이 밝혀졌기 때문일까. 일부분은 사실이고, 상당 부분은 위조 또는 변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음은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 정리해 보도한 비밀문서 안에 담긴 각국 별 내용들이다.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군이 1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힘이 약해졌으며 대공 능력이 취약하고 탄약 보급에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미 합동참모본부에 2월 말 보고된 것으로 돼 있는 한 문서는 우크라이나가 “최전선 보호를 위한 중거리 방공 능력이 3월 23일이면 완전히 소진될 것이다. UKR(우크라이나의 줄임말)가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집중공격을 ”2-3차례 더 막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고 비밀“로 표시된 2월 초의 다른 문서는 우크라이나가 계획중인 봄철 대반격에 대해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당초 목표에 크게 미달해 ”점령지 탈환이 소규모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공개적으로 문서 내용을 반박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적으로 미국에 알린 취약점이 공개된 것에 화를 내고 있다.
▲러시아
미국의 정보력이 러시아군에 상당한 정도로 침투해 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여럿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곧 공격할 것임을 알렸다는 내용도 있다. 러시아 군보안국(GRU)과 바그너 용병그룹의 내부 사정을 언급한 내용들도 있다.
지난해 9월 29일 크름반도 해안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영국 정찰기를 격추할 뻔했다는 내용은 당시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훨씬 위험했으며 러시아 전투기들이 매우 공격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문서들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매우 흥미롭다“고 언급했다. 일부 러시아 친 군부 블로거들은 미국이 정보전의 일환으로 문서를 유출했다면서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중국
중국이 제기하는 광범위한 위험들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다. 또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려 한다는 내용과 2월에 중국이 극초음속 무기 실험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 문서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중국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평가를 담았다. 러시아의 중요 전략 표적, 즉 고위 인사를 우크라이나가 공격하면 ”중국이 무기를 지원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2월 25일 DF_27 극초음속 활공비행체 실험을 했다고 밝힌 문서에는 활공체가 12분 동안 2100km를 날아갔으며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돼 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이 아시아 동맹국 및 미국과 협력을 위해 항공모함 1척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문서는 중국의 부정적 반응 가능성을 평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엔지니어링 회사가 지난해 니카라과 정부와 심해항구 개발 협상을 벌인 것이 군사적 위험을 제기한다는 내용도 있다. 니카라과 정부가 ”투자를 받는 대가로 중국 해군이 기항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새로 취역한 중국 전함의 상세 내역을 담은 내용과 3월 두 차례의 위성 로켓 발사로 중국 군의 지리 정보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집트
2월 17일자로 돼 있는 문서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이집트 고위 군당국자들이 러시아에 포탄과 화약을 지원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시시 대통령이 당국자들에게 ”서방과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비밀리에 로켓을 계속 생산해 지원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문서에서 살라 알-딘이라는 인물이 ”러시아의 과거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이집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으로 부하들에게 교대근무를 시키겠다“고 말하는 내용도 있다. 문서에는 러시아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이란
미 정보기관들이 이란의 비밀 무기 활동 일부와 이란 최고 당국자들의 내부 논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최고 기밀 표시가 돼 있는 한 문서에 따르면 고위 이란 지도자들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 지도자들은 국내 언론 보도 문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고 보도하도록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보도해야 도움이 될 지를 논의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과거 이란의 핵연구활동과 관련된 시설 미신고 문제를 두고 이란에 항의하기 위해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란이 위성 발사 준비가 진전돼 있음을 밝히는 전화 도청 내용과 위성 사진을 담은 문서도 있다.
미국이 이란 핵활동을 파악하기 위해 IAEA를 감시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도 있다.
▲한국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3월 초 미국의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요청에 ”당혹“했다는 내용이 있다. 도청으로 한국 정부가 러시아를 자극할 것을 우려한다는 내용을 확보했다는 내용도 있다.
김태효 NSC 차장은 미국 정부와 ”유출 내용이 조작된 것이라는 평가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도청당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 무근“이며 “미국의 요청에 적절한 대응을 주문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2월 정보기관 모사드고위당국자들이 모사드 직원들과 시민들에게 이스라엘 정부 사법개편 항의에 동참하도록 요청했다. 이는 모사드를 도청해 확보한 내용이라고 문서에 쓰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문서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튀르키예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에 러시아 바그너 용병그룹이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문서에는 "바그너그룹 대표가 아프리카 말리와 우크라이나 내 바그너그룹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튀르키예로부터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려고 튀르키예 관계자를 만났다”고 돼 있다. 튀르키예 정부가 이에 대해 얼마나 아는 지와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캐나다
러시아 해커그룹 자랴가 러시아 연방수사국(FSB) 요원으로 보이는 인물에게 2월 25일 캐나다 인프라스트럭처를 장악해 가스 공급 시설의 폐쇄를 당장 시작할 수 있다고 알렸다는 내용이 있다. FSB 요원이 “작전이 성공하면” 폭발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 폭발이 일어났는지는 불분명하다. 캐나다 최대 가스회사 엔브리지는 10일 공격이 없었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11일 “사이버 공격으로 캐나다 에너지 기반 시설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아이티
바그너그룹 관계자가 "2월 말 비밀리에 아이티로 가 갱단과 전쟁을 벌이는 아이티 정부와 계약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 있다"고 말한 내용이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지난해 10월 외국에 갱단과의 전쟁 지원을 요청했으나 미국 등이 응하지 않았다. 아이티 정부 대변인은 바그너그룹과 계약 사실과 면담 사실을 부인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월 22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을 “3대 적국”의 하나로 지정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공작국 정보 업데이트' 문서에서 부다페스트 주재 미 대사관이 보고했다고 표기한 내용이다. 이 문서는 “(3대 적국 지정은) 총리의 발언에 반미적인 표현의 수위가 높아지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가깝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반미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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