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아내는 집 앞 밭에서 일하다 화 면해
눈 안 좋은 남편 데리러 갔지만 무서운 화염·연기 들이닥쳐
"나 때문에 남편이 그렇게 된 것 같아 가슴 아파"
12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전모(88)씨는 1층 자택에 머물다 집 뒤 소나무숲에서 화염이 치솟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록 자욱한 회색 연기가 집 안을 덮치자 놀라 탈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전씨는 거실 통유리 창문턱에서 쓰러진 채 이웃에 의해 발견됐다.
현관문을 열지 못할 정도록 매우 급박한 상황이 전개됐을 것으로 미뤄 짐작된다.
전씨 집은 새까맣게 탔다. 소방관들과 경찰관들이 다녀가고 올라온 강릉시 의용소방대원들이 도착한 이날 오후 6시26분에도 집 안 곳곳에서 살아있는 불길이 매캐한 연기를 뿜어냈다.
불이 시작된 시간이 오전 8시30분인 것을 감안하면 아비규환의 지옥불이 따로 없었을 것만 같았다.
전씨의 집과 나란히 붙은 이웃집은 펜션이었다. 펜션도 전소됐다.
사건 초기 전씨가 이 펜션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웃집 펜션이 아닌 다른 곳의 펜션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는 이날 오후 아이스 아레나 이재민 대피소에서 전씨의 아내를 인터뷰했다.
전씨의 아내 김진광(82)씨는 오전 9시께 안현동 자택 앞 밭에서 일을 하다 불이 난 걸 확인하고 곧장 집으로 가 눈이 좋지 않은 남편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손쓸 틈도 없이 화염과 연기가 들이닥치면서 집으로 갈 수 없었다.
김씨는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차에 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김씨는 "거짓말 같다. 나 때문에 남편이 그렇게 된 것 같이 가슴이 아프다"면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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