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전원위원회 이틀째 토론회에서 발언
"법으로 막으면 위헌…거대 정당 선언 필요"
[서울=뉴시스] 이승재 신재현 최영서 기자 =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 둘째 날인 11일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공동선언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와 서울 등 대도시에 대한 단계적 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원위 토론에서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은 모두 낯 뜨거운 위성정당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위성정당을 법으로 막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설령 막는다 해도 또다시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해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각 거대정당이 국민 앞에서 그런 짓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야당의 주장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지만, 거대 양당은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하고자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취지를 훼손한 바 있다.
이번 선거제 개편도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고자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각 정당이 직접 나서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을 통해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통해 제안된 안으로 국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죄송하지만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며 "정당 간 첨예한 이익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권자가 직접 원하는 정당의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은 "현행 지역구를 대선거구제로 바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1인 2표제 방식으로 먼저 유권자들이 선호 정당에 투표하고 개방명부형으로 해당 정당에 선호 후보자를 뽑으면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와 함께 전국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여성, 청년, 장애인 등 계층 대표성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같은 당 고용진 의원은 "정개특위 결의안대로 비례대표 47석을 그대로 둔 채 권역별 병립제나 준연동형으로 바꾼다면 지역주의와 비례성 문제 개선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여당 대표는 의석수를 30석까지 줄이자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비례대표 의석의 경우 47석에서 25석으로 줄이자는 것"이라며 "손익 계산만 앞세운 반정치적 포퓰리즘이고 전원위의 폭넓은 논의를 가로막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를 줄이거나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며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든지 아니면 국민의 회초리를 함께 맞아가며 변화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지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당 측 주장에 대한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은 "국민의힘 주장대로 할 경우 비례대표와 인수 감소 지역의 의석수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이 방향은 지역주의 정치, 승자독식을 강화하는 퇴행적 조치일뿐 지역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을 가속화하는 반개혁적 발언이자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진단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민의 정치 불신에 기대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다선 의원들에게 말한다. 포퓰리즘이라는 어려운 말로 비판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원이 쓸모없다는 국민 정서 앞에 당당히 설 수 없는 본인의 쓸모를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단계적으로 대선거구제로 바꿔가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 측에서 나온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은 "우선 서울과 6대 광역시만이라도 대선거구제를 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로 부르던, 비례식 대선거구제로 부르던 차이는 없다"며 "서울의 한 구청 단위를 갑을병으로 나누면 그 경계가 어디서 구별되는지 아는 주민이 얼마나 되겠나. 그 소선거구만의 차별화된 국회의원 임무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했다.
지역의 경우 소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대신 지역구·비례대표 중복 출마를 허용해 단점을 보완하자고도 했다.
김 의원은 "전국 비례대표 30석에 중복 출마를 허용하면 영·호남 등 취약지역에 많은 '허대만 후보'들이 10-15명까지 당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언급한 '허대만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인 허대만 전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을 뜻한다. 그는 경북 포항에서 20여년 동안 7차례 선거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고,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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