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신예 안무가 송정빈에게 올해는 특별하다. 2020년 재창작한 발레 '해적'이 올해 유럽 등 해외 7개국 투어를 시작하고, 새로운 재창작 작품 '돈키호테'도 세상에 나온다.
송정빈은 국립발레단 소속 솔리스트이자 안무가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2015년 시작한 차세대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 'KNB 무브먼트'를 통해 안무가로 첫 발걸음을 뗐다. 2016년 '흉터'로 안무 데뷔를 했고, '잔향',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등을 선보였다. 2020년에 발표한 '해적'이 3년 연속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며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삼손과 데릴라'를, 오는 12일 '돈키호테'를 선보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해적'은 오는 5월11~12일(현지시간) 100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 비스바덴 '인터내셔널 메이 페스티벌'에 초청돼 유럽에 첫 선을 보인다. 주최 측은 '해적' 초청을 위해 국립발레단에 공연 사례비를 제공하고, 110명에 이르는 공연단 전원 현지 호텔, 극장과 공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독일 뿐 아니라 스위스에서도 공연을 갖는다. 내년에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 2025년에는 미국·캐나다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솔직히 말하면 좀 기대감과 두려움이 큽니다. 제 작품이 유럽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봐줄 지 궁금해요."
송정빈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저희 팀장님들과 이야기를 하며 저희만의 클래식 레퍼토리를 만들어보자고 했고, 그걸 해냈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영광스럽다"며 "저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해외에 나간다는 것이 굉장한 영광"이라고 했다.
'해적'이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는 만큼 새 작품 '돈키호테'에 대한 부담도 컸다. "사실 좀 두려웠습니다. 해적을 한 후였으니까요. 하지만 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는 소통을 하면서 국립발레단만의 큰 틀을 만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돈키호테는 오는 12~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프티파의 원작이 젊은 남녀 '키트리'와 '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반해 송정빈의 작품은 기사 '돈키호테'의 사랑과 모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기존 3막 작품을 2막으로 줄이고 인터미션을 포함해 2시간 이내로 맞추며 작품의 속도감도 높였다.
"발레를 처음 배웠던 어린 시절에 '제목이 '돈키호테'인데 왜 돈키호테는 걸어만 다니고 마임만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거기서 부터 재안무가 시작됐죠. 돈키호테를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일 지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원작 속의 '돈키호테'는 꿈을 쫓는 늙은 기사로, 무대 위에서 춤을 거의 추지 않고 대부분 마임으로만 작품에 등장하지만 송정빈의 작품에서는 1명의 무용수가 퀵 체인지(빠른 분장 전환)를 통해 '늙은 돈키호테'와 '젊은 돈키호테'를 함께 연기하며 역동적 안무를 선보인다.
"1막에서 '키트리'와 '바질'에게 중점을 뒀다면 2막1장 드림씬에서는 부츠를 벗고 슈즈를 신고 수염을 뗀 '젊은 돈키호테'가 자신의 이상향인 '둘시네아'와 파드되(2인무)를 추는 장면을 새롭게 안무했어요. 기존 마임만 하던 '돈키호테'를 벗어나 테크닉을 요구하는 동작들을 많이 넣고 돈키호테의 비중을 높였죠."
가장 큰 변화는 2막 '돈키호테'의 꿈속, 드림씬이다. 송정빈은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드림씬을 대폭 수정, 원작과는 완벽히 다른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꿈 속에서는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잖아요. 돈키호테의 시점으로 좀 더 몰입해 들어갔죠."
하이라이트 장면인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와 '결혼식 그랑 파드되' 장면 등은 원작 그대로를 고스란히 옮겨왔다. "고전은 고전다워야 한다는 것이 제 목표였습니다. '결혼식 그랑 파드되'는 뮤지컬로 치면 메인넘버 같은 거죠. 그랑 파드되 장면을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는데,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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