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vs BOE, 세기의 투자 대결 누가 이길까?

기사등록 2023/04/05 12:50:00

'고부가' 8세대 IT용 OLED 韓中 기술 격돌

삼성, 선제 투자에 이어 BOE도 투자 나설 듯

中 매서운 추격…고부가 제품 통해 격차 벌려야

[아산=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를 방문해 OLED 모듈 라인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4.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IT용 8.6세대 OLED 패널 투자에 나서며 신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쟁에 불을 당겼다.

그동안 OLED 시장의 중심 수요처는 스마트폰이었지만 갈수록 TV, 노트북,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IT용 OLED 패널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에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시설을 짓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간 1000만대 규모의 IT용 OLED 패널 생산 능력을 갖춘다.

◆IT용 OLED, '애플 진출'에 뜨는 신시장
삼성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업계 불황에도 불구, 이처럼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은 IT용 OLED 시장이 그만큼 유망하기 때문이다.

IT용 OLED는 노트북과 태블릿 등 중형 OLED 제품에 적용되는 패널 기술이다. 최근 이 시장은 노트북, 태블릿 등의 고사양화 추세에 맞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IT용 OLED 시장이 2022년 11억7670만 달러에서 2029년 86억591만 달러로 7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내년 이후 애플이 OLED를 사용한 아이패드와 맥북을 출시 예정이어서 디스플레이 시장은 더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캐나다 반도체 컨설팅 업체인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태블릿PC 출하량은 6350만대로, 애플은 상위 기종인 아이패드 프로 모델에 OLED를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신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LCD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온 스마트폰 중심의 중소형 OLED 시장에서는 중국의 맹추격을 받으며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대형 QD-OLED 패널도 아직 생산량이 적어 LCD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중소형 OLED뿐이다.

◆삼성, 선제 투자…IT용 OLED 투자 잇달듯
삼성디스플레이는 선제적 투자로 8.6세대 OLED 시장 선점 기회를 얻었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에도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IT용 OLED 시장에선 경쟁적으로 투자가 잇따를 전망이다. 우선 중국 BOE가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이자, LCD 세계점유율 1위다.

[아산=뉴시스] 전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방문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2023.04.04. photo1006@newsis.com
BOE는 현재 쓰촨성 성두 지역 B16 공장에 신규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하고, 베이징 정부의 투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월간 목표 생산능력은 1만5000장으로, 계속 늘릴 예정이다. 최근 BOE는 일본의 글로벌 최대 증착설비 제조사인 ‘Cannon Tokki’사와 증착설비 도입과 관련된 협상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BOE는 지난해 애플 '아이폰 14' 일반모델의 OLED 공급 벤더사로 지정되며 한국 업체가 주도하는 OLED 패널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BOE는 특히 국유기업 '베이징국유자본운영관리유한회사'가 최대주주로, 사실상 베이징 정부가 이끌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 보조금과 금융권의 지원을 업고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도 기존 6세대 라인에서 내년부터 IT용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며, 앞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대응할 전망이다.

◆中 '가격 공세'…고부가제품으로 활로 찾아야
업계에서는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에 기술력 면에서 여전히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한국 디스플레이가 고부가 제품 분야에서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중국 패널 제조사들은 OLED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가격 경쟁력에 강점을 가진 만큼 저가 패널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 보급형 기기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은 갈수록 중국 패널 제조사들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애플 등 고가 모델에 OLED 수요도 늘고 있다. IT용 OLED는 고객사별로 제각각인 까다로운 요구에 맞출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중국의 가격 공세에 맞서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숙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원장(유리기판)이 커질수록 공정당 더 많은 패널을 만들 수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8세대 원장으로 생산 가능한 패널 수는 기존 6세대 대비 2배다.

다만 원장이 커질수록 이에 따른 처짐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 노력이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무편광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OLED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업체들의 유사 기술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며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보조금 등 투자지원, 세제혜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증설 및 투자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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