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하야시, 친강·왕이·리창 모두 만나…中, 환대와 압박 병행

기사등록 2023/04/03 11:44:39 최종수정 2023/04/03 12:06:56

친강, 첫 대면서 반도체 등 현안마다 의견차

왕이 "실제 행동으로 양국 관계 개선을"

리창 "역사·대만 문제 원만하게 처리해야"

[베이징=신화/뉴시스] 2일 중국 지도부 주거지역인 중난하이 접견실 쯔광거에서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접견하고 있다. 2023.04.03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이 3년 4개월 만에 자국을 찾은 일본 외무상을 환대하면서도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강력히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2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와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베이징에서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리창 국무원 총리와 잇달아 만났다.

하야시 외무상은 친 부장과 오찬을 포함해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된 회담에서 소통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민감한 현안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2021년 11월 기시다 후미오 내각 출범 이후로 양국 외교 장관이 대면 회담을 가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양 장관이 회담에서 논의한 현안은 크게 7가지다. ▲중국 당국의 일본인 남성 구속 문제 ▲한중일 3개국 대화 ▲중일 간 대화 ▲미국 주도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 ▲동중국해·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대만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문제 등이다.

양측의 기싸움은 모두발언부터 시작됐다. 하야시 외무상은 모두발언에서 "중일 관계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와 심각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친 부장은 “평화공존, 우호협력은 유일하게 정확한 선택”이라면서 “일본은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고 정치적 지혜과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친 부장은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외무상은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설명하고 중국 측의 반발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특히 친 부장은 일본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동참하기로 하는 등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던졌다. 친 부장은 “미국이 일본 반도체 산업을 잔혹하게 억누르던 집단 따돌림의 낡은 수법을 이제는 중국에 쓰고 있다”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해서는 안 되며 호랑이를 위해 앞잡이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친 부장은 또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 핵심이자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연관된 사안”이라면서 “일본 측은 대만 문제에 간섭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중국의 주권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는 최근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경고로 풀이된다.

반면 하야시 외무상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국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동시에 지난달 베이징에서 스파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일본 아스텔라스 제약 직원의 조기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영사 면회, 사법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높일 것 등도 요청했다. 중국이 2014년 스파이법을 제정한 이후 구속된 일본인은 17명에 달한다.

그러나 친 부장은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을 취할지 등 자세한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베이징=AP/뉴시스]중국을 방문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왼쪽)이 지난 2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04.03.


리창 총리와 왕이 위원도 하야시 외무상과의 회동에서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리 총리는 “일본이 중국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며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요구에 부합하는 중일 관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 대만 문제 등 중대한 사안은 양국 관계의 정치기초와 연관된다”며 “(양국은) 진심으로 대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교류하며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도 하야시 외무상에게 "현재 양국 관계는 총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종종 다양한 잡음과 방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일부 세력이 미국의 잘못된 대중 정책을 고의로 추종하고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의 핵심 이익과 연관된 문제에서 비방과 도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전략적으로는 근시안적인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오류이며 외교적으로는 지혜롭지 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왕 위원은 "중국의 대일본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실제 행동으로 양국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다만 하야시 장관이 하루 동안  카운터파트인 친 부장에 이어 중국 외교라인 최고위 인사인 왕이 위원, 서열 2위 리창 총리를 모두 만난 것은 중국 측의 호의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회담 장소 역시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중국 최고 지도부가 외국 정상과 회담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장소로, 중국 측이 극진한 환대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이 관계 개선과 소통 의지를 피력했지만 현안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부딪힌 만큼 이번 방문이 실질적인 관계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본 언론들은 양 장관의 이번 회담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평가했다.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내건 '(중일의) 건설적이며 안정적인 관계' 구축의 장래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phis73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