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한 시일' 언제?…"4월은 동결할 듯"
총선·더위 다가와…인상 발표 힘들어져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다음달부터 새롭게 적용될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발표가 미뤄졌다. 정부는 조속히 인상안을 발표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2분기 요금은 동결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던 에너지 당국에서 인상을 미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창양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 의회에 참석해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협의한 결과 이 같이 밝혔다.
산업부는 당정 협의회를 개최한 결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인상안 발표를 미룬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협의 결과 당정은 서민생활과 안정,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해 조속한 시일 내 전기·가스요금 조정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당정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며 얼마나 인상할 지 그 수준을 31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당정 간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하루 이자 부담만 하더라도 38억원 이상 소요되고 가스공사의 경우 하루 이자 부담이 13억원 이상"이라며 "2분기 요금 적용이 시작되는 4월1일 이전까지 정부가 최종안을 마련해 오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그동안 정부 부처 내에서 실무적으로 협의를 계속했고 오늘 당에서 주문한 '국민부담 최소화' 부분과 장기적 에너지시스템 공급 지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처 내에서 4월1일 전에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늦어도 31일에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인상안 발표가 미뤄지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전기요금은 매 분기 직전 월, 가스요금은 홀수달에 재산정된다. 4월은 2분기 전기요금과 4월 가스요금 재산정 기간이 맞물리는 달인 만큼, 가스와 전기요금 인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전은 32조원의 적자를 겪고 있고, 가스공사는 올해 한 차례 요금을 동결하면서 지난해 말 9조원에 육박했던 미수금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공기업만 살피면 요금 인상 요인이 충분하지만, 고물가란 점에서 두 요금을 동시에 인상하기로 결정하는 데에 소폭이나마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4월 전기·가스요금은 일단 동결되는 셈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정 브리핑이 끝난 뒤 동결을 의미하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단정적으로 말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일단 (추후 발표가 나기 전까지) 2분기 전기·가스요금은 그대로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발표 시점으로 거론한 '조속한 시일'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발표됐을 때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에 우려가 컸던 것 같다"며 "다음 당정청이 열리고 추후 논의되는 것을 봐야겠지만 우선은 4월 요금은 사실상 동결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5~6월 요금은 어떻게 될 지는 추후 논의 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같이하면서도 이를 미루는 것을 두고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전 정부에서 요금 인상이 필요한 시점마다 미루면서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를 키운 선례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뉴시스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 여론조사 수치가 낮게 나오다 보니 (인상 시 국민 저항 등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정무적인 시기가 발표하기에 부담있지 않았나 싶다"며 "야권에서도 꾸준히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다음주 중 산중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나 탄중위(탄소중립위원회) 내에서도 관련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2분기 요금은 사실상 동결로 보고 있다. 5~6월에 인상을 결정하기는 더욱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인상을 미룬 결정을 두고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분기가 요금 인상의 적기라고 하는 이유는 1년 중 전력수요가 가장 낮기 때문인데, 4월을 놓치면 5~6월에는 (심리적으로) 인상하기 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심지어 1월에 난방비 폭탄 이슈가 있듯 이번 6월부터 냉방비 폭탄 이슈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올여름 더울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결국 올해 언젠가 인상해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더위는 찾아와 인상하기 부담스러워지고, 내년 총선은 다가오면서 냉방비 폭탄 이슈에 지지율 떨어질까 우려는 더 커질 것 같다. 인상 적기를 놓친 것"이라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또 말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해결될 적자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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