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교수 "자살하지 않은 것은 나의 큰 자부심"

기사등록 2023/03/30 15:21:41
[서울=뉴시스] '우리는 물속에 산다'. (사진=글항아리 제공) 2023.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나도 평소의 울적한 얼굴과는 180도 다르게 만면의 미소를 띠곤 해서 때때로 기분 나쁘다는 반응을 듣는다."

요코미치 마코토 일본 교토부립대학 교수는 책 '우리는 물속에 산다'(글항아리)에서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교토대학에서 공생문명학 박사 과정을 밟던 그는 전공을 바꿔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마흔 살이 되던 2019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어느 날 갑자기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진단받았다.

그의 ASD는 해리형이다. 일상생활에서 해리형 ASD는 가면을 쓴 인격으로서 상상 속 친구를 갖게 되고, 자아는 기체처럼 주위로 흩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회피에 머물지 않고 매우 독특한 결심을 하게 된다.

과연 자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자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설명해보고 싶어졌다. 물속 감각, 흩어지는 느낌, 외부로부터 마구 공격받는 느낌, 골이 흔들리는 느낌... 이런 모든 감각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자폐의 감각세계를 과감히 표현하기로 결심한다.

저자는 자폐인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정상인의 독단적인 시선"이라고 반박한다. "나는 이른바 발달장애인이다. 내 '동료' 중 대다수는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것이야말로 '뇌의 다양성'이므로."

요코미치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9년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이런 일을 겪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 9년 동안 자살하지 않은 것은 나의 큰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인의 수명은 평균보다 18년 짧고, 지적장애와 특정학습장애를 함께 지니고 있으면 30년이 더 짧다고 한다. 많은 자폐인은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죽는데, 이는 사회적·문화적 압박 때문이다.

또 자폐인은 규칙을 좋아하며 대부분 강박을 갖고 있다. 그는 병적 증상으로 인식되기 쉬운 이런 특성이 역설적으로 트라우마 치유에 도움을 준다고 알린다.

발달장애인을 향한 편견도 버려줄 것을 당부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에서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을 널리 이해해주고 사회의 지원을 늘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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