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실전 방불케하는 VR 예비군훈련에 MZ세대 엄지척

기사등록 2023/03/28 15:42:27

"게임 같다" "정말 재밌다" "훈련효과 확실하네" 한목소리

무장인원 총 쏘면 전투조끼 센서가 사망, 중상, 경상 표시

과학화 훈련장 2027년까지 전국 40개 지역에 설치 예정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코로나19로 중단 및 축소되었던 예비군 훈련이 4년 만에 정상 시행된 28일 전북 남원시 남원예비군훈련장에서 한 예비군이 VR 모의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2023.03.28. pmkeul@nwsis.com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과학화된 예비군 훈련을 직접 해보니까 게임 같아서 재미있고 확실한 훈련이 되네요."

28일 오전 11시께 무장을 한 불상의 인원이 전북 남원의 한 마을에 침투했다. 향토를 지키는 지역 예비군들은 총을 들고 방탄모를 눌러 쓴 채 전투에 참여했다. 침투자들이 총을 쐈지만, 예비군들이 맞서 이들을 모두 물리쳤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닌 남원 과학화예비군 훈련장 내 가상현실(VR) 영상모의사격장에서 이뤄진 훈련이다. 모니터 속 전투장소는 실제 작전지역인 남원의 한 마을을 본 떠 만들어졌다.

VR영상모의사격장은 눈을 덮는 VR기기 대신 8개의 센서가 달린 공간인식 방탄모를 쓴다. 또 LED와 전자감응센서가 달린 전투조끼를 입고 3면 스크린을 향해 모의 총기로 사격하는 식으로 훈련이 이뤄진다.

K2C1을 토대로 만든 모의 총기는 탄약이 떨어지면 탄창을 완전히 뺐다가 껴야 재장전이 되고, 가스를 주입해 총기의 반동까지 구현해낸 게 특징이다. 모의사격장에서는 영점·실거리사격과 시물레이션 훈련을 할 수 있다.

스크린 앞에는 은·엄폐를 할 수 있는 일종의 '호'가 설치돼 있다. 예비군들은 이곳에 서서 전투에 참여하게 되며, 방탄모에 있는 센서에 의해 앉고 일어서는 모습까지 스크린에 표현된다. 스크린 속 무장인원이 예비군을 향해 총을 쏘면 예비군이 입고 있는 전투조끼의 센서가 상대의 피격을 인식해 사망, 중상, 경상 등이 표시돼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
[남원=뉴시스]VR영상모의훈련에 참여한 이동민 기자.(동료 기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자도 직접 전투에 참여해 정신 없이 사격을 하다 보니 5분 동안 이어진 훈련이 순식간에 종료됐다. 기자에게 주어진 총알은 총 120발. 스크린 속에서는 끊임없이 적들이 쏟아졌고, 그 와중에 민간인까지 피해 사격을 해야 하니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방탄모에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달려 있어 다른 분대원과 소통도 가능했다.

전투가 끝나면 예비군이 사살한 적과 이를 통해 산정된 개인 점수와 분대의 평균 점수가 나온다. 기자가 사살한 적은 총 8명으로 100점이 적힌 점수판이 모니터에 표시됐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간접적으로 전투를 경험하고 마지막에 점수까지 표출되니 함께 전투에 참여한 기자들의 입에서 "게임 같다", "정말 재밌다"라는 말이 나왔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 거친 숨소리도 동반됐다.

실제 훈련에 참여한 이성현 씨(28·예비군 5년차)는 "VR훈련을 해보니 전투상황에서 실제 은·엄폐를 할 수 있어 신기했다"며 "전장상황을 모의로 경험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코로나19로 중단 및 축소되었던 예비군 훈련이 4년 만에 정상 시행된 28일 전북 남원시 남원예비군훈련장에서 마일즈 장비를 착용한 예비군들이 시가지 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3.28. pmkeul@nwsis.com

시가지 전술훈련장은 마일즈(MILES)장비를 입어 실제 전장과 같은 상황을 부여해 훈련 효과를 높였다.

예비군들은 10명 씩 청팀, 황팀으로 나눠져 전술 토의를 하고 컨테이너, 2층 건물 등으로 구성된 훈련장에 투입돼 실전과 같은 교전을 벌이는 방식이다. 마일즈장비가 상대의 총격을 인지하면 사망, 중상, 경상 등 결과가 나오고 각각 10점, 5점, 3점의 점수가 부여돼 5분간의 훈련이 끝난 뒤 각 팀의 점수가 산정돼 승패가 결정된다. 훈련장 속 컨테이너에는 남원, 순창, 진안 등에 실존하는 상점 간판들을 붙여 현장감을 더했다.

이날 취재진도 훈련 조교 7명과 여기자 3명으로 구성된 황팀, 예비역 남기자 10명으로 구성된 청팀으로 나눠져 훈련 체험을 했다. 직접 훈련에 참여해보니 과거에 받았던 예비군 훈련과는 천지차이였다. 전자탄창으로 하는 총알 없는 사격이지만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총기에서 사격하는 소리가 났고, 상대방이 아군을 향해 총을 쏘면 총알이 날아오는 소리까지 들렸다.

특히 상대의 총격에 맞으면 마일즈 장비가 이를 인식해 사망·중상·경상이 표시됐다. 사망하면 곧바로 훈련장에서 나와야 하고, 중상 시 1분, 경상 시 30초 간 총기의 기능이 멈춰 예측불허한 전장 상황을 구현해냈다.

기자는 컨테이너에 숨어 적들을 향해 사격하다 상대의 총격을 피하지 못하고 중상을 입고 말았다. 그럼에도 훈련 결과는 예비역 병장들의 압도적인 전투능력으로 청팀이 승리를 따냈다.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코로나19로 중단 및 축소되었던 예비군 훈련이 4년 만에 정상 시행된 28일 전북 남원시 남원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실탄 사격을 하고 있다. 2023.03.28. pmkeul@nwsis.com

이날 남원 과학화예비군훈련장에는 103명의 예비군이 참여했다. 현재 과학화예비군 훈련장은 26곳에 설치돼 있고 오는 2027년까지 4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육군 35사단 남원 과학화 예비군 훈련대장 유창욱 중령은 "인구 감소에 따라 부대 수와 병력이 감소해 예비군이 정예화 될 수 있도록 과학화훈련대를 창설했다”며 “지역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훈련과 과학적, 실전적 훈련으로 전투형 예비군 육성을 통한 결전태세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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