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빛 마법은 향수를 남기고…투모로우바이투게더(종합)

기사등록 2023/03/26 22:39:38

'빌보드 200' 1위·'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 등 대세 그룹 등극

25·26일 케이스포돔서 두 번째 월드투어 '액트 : 스위트 미라지' 포문

향후 빌보드 '핫100' 진입 목표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액트 : 스위트 미라지(ACT : SWEET MIRAGE)' 인 서울 전경. 2023.03.26.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늘에서 무대 한 가운데로 내려오는 회전목마, 그 목마를 축복하듯 눈처럼 쏟아지는 종이가루, 대형 LED 화면에서 몽환적으로 쏟아지는 빛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가 26일 오후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체조경기장)에서 펼친 두 번째 월드투어 '액트 : 스위트 미라지(ACT : SWEET MIRAGE)' 서울 공연은 신기루처럼 시작됐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성지로 통하는 케이스포돔에 입성해 회당 1만500명 앞에서 공연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과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작정하고 대규모 물량을 투입해 화려한 무대 연출을 선보였다.

무대 양쪽에 성벽처럼 서 있는 대형 LED뿐만 아니라 천장에 긴 타원형 모양으로 매달린 LED 등을 통해 빅히트 뮤직 모회사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 '별을 쫓는 소년들'(The Star Seekers)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이날 콘서트는 첫곡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무대 등에서 4D를 지향하기도 했다. "저 하늘의 오렌지빛 마법이 끝이 나기 전에"라고 노래하는 순간 달큰한 오렌지향이 공연장 내에서 울려퍼졌다.

이번 공연을 위해 조향된 향기로 분사장치를 통해 공연장에 퍼트렸다. 오렌지 블러섬(orange blossoms)을 기반으로 곡이 주는 특유의 몽글하고 달큰한 향이 더해졌다. 또 이번 공연에서 추가된 오케스트라 편곡과 VJ 소스 배경에 어울리는 플로러리 한 향도 포함됐다. 팬덤이 끈끈해도 보통 무대·객석의 경계는 나눠질 수밖에 없는데 경계를 짓지 않는 같은 향기를 맡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과 팬덤 모아(MoA)는 "두 세계의 경계선 그 틈에 너와 나를 남기고파"라는 노랫말을 현실로 재현해냈다. 공감각적인 공연이란 이런 것이다.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액트 : 스위트 미라지(ACT : SWEET MIRAGE)' 인 서울 전경. 2023.03.26.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1위, 미국 대형 음악페스티벌 '롤라팔루자 2023' 헤드라이너….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4세대 K팝 간판 보이그룹에서 세대를 넘어 K팝 간판 보이그룹으로 나아가고 있는 와중에도 결코 안주하지 않았다.

이날 콘서트 전 열린 간담회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범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멤버들이 어느 때보다 몸을 아끼지 않고 격렬하게 공연에 임한 이유다. 특히 '제로 바이 원 러브송' '루저 러버' 등 페스티벌형 히트곡들이 연이어 퍼질 때 이들이 8월 시카고 '롤라팔루자'에서 얼마나 뜨거운 무대를 선보일 지 상상이 됐다.

이들의 신나는 무대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도 춤추게 했다. '해피 풀스' 무대에서 연준이 짠 아기자기한 안무를 객석의 모아들과 함께 추는 시간이 마련됐는데 멤버들이 잘 추는 사람을 봤다며 객석에 있던 방 의장을 지목했다. 대형 스크린에 모습이 잡힌 방 의장은 수줍어하면서도 안무를 따라해 큰 환호를 받았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7월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첫 월드투어 '액트 : 러브 식(ACT : LOVE SICK)' 이후 서울에서 9개월 만에 여는 것이다. 이전엔 회당 5000명씩 양일간 1만명이 운집했는데 이번엔 회당 1만500명 양일간 2만1000명이 운집하며 관객 규모만 따져도 2배 이상 커졌다.

리더 수빈은 "공연 규모가 더욱 커져 많은 분들을 모시게 된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휴닝카이는 "이전엔 무대를 좁게 썼는데 이번엔 되도록 넓게 넓게 쓰려고 해요. 어제부터 그래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멤버들은 잠실 실내체육관 때는 오밀조밀 무대를 썼는데 이번엔 동선도 좀 더 펼치는 것이 많았다.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2023.03.26.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여전히 K팝 아티스트와 K팝 팬들 사이에선 케이스포돔으로 명칭을 변경하기 이전인 체조경기장이 더 익숙한 이곳은 아이돌 콘서트업계 성지로 통한다. 데뷔 전 연습생부터 이곳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이 우선 가장 큰 목표다. 2019년 3월 데뷔 이후 꼭 4년 만에 이곳에 입성하게 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연준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연준이 펑펑 눈물을 쏟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연준은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의 공연을 객석에서 지켜 보기만 했던 공간이에요. 그간 멤버들이 고생했던 것이 생각이 났고 이번에 체조경기장 공연 꿈을 이루게 됐죠.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콘서트는 단지 히트곡과 앨범 수록곡의 나열이 아니다.

모아가 공연에 몰입할 수 있는 콘셉트를 곳곳에 심어놓았다. 지난 콘서트에 이어 이번에도 VCR 등을 통해 '별을 쫓는 소년들'과 스토리라인을 연계했다. 5개의 멀티 스테이지, 대형 LED와 조명, 특수효과 등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걸 도왔다. 태현은 "콘서트에서 곡과 곡이 연결되는 유기성을 이야기와 VCR로 함께 풀어냈을 때 더 몰입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향 분사 장치는 막판에도 분사됐다. 또 막바지 울려 퍼지는 '네버랜드를 떠나며'에선 소년들이 '네버랜드'를 떠날 때의 배경인 쓸쓸한 새벽녘의 해변가가 떠오르는 향을 상상하며 제조했다. 바다, 난파선의 우드, 풀잎냄새가 나는 시트러스 여기에 잃어지지 않는 소년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도록 코튼향이 더해졌다. 상큼하면서도 포근한 향이었다.
[서울=뉴시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액트 : 스위트 미라지(ACT : SWEET MIRAGE)' 인 서울 전경. 2023.03.26.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태현은 "공연에서 새로운 도전인데 향 분사장치를 통한 마법 같은 무대를 기대해달라"면서 "향을 맡으면 공연이 끝나고 모아 분들이 돌아가서도 공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집에 돌아가면서 모아들은 향이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 계속 남아 있다는 후기를 남겼다.

멤버들이 참여한 곡이자 미공개 노래인 '블루 스프링(Blue Spring)'도 깜짝 공개됐다. 범규가 트랙 작업을 했고 그를 비롯 다섯 멤버들이 모두 가사 작업에 참여했다. 범규는 "연습생 때 저희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곡이에요. 멤버들이 어떻게 모여 어떻게 데뷔를 하고 나서 모아 분들을 어떤 마음으로 만났는지에 대한 곡이죠. 모아 분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고 소개했다.

서울 콘서트를 성료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번 공연을 포함 두 번째 월드투어를 통해 13개 도시에서 총 23회 공연한다. 4월 1일 싱가포르, 4~5일 타이베이, 14~15일 일본 오사카, 18~19일 사이타마, 25~26일 가나가와, 29~30일 아이치, 5월 6일 미국 샬럿, 9~10일 벨몬트 파크, 16일 워싱턴 D.C., 19~20일 덜루스, 23~24일 샌안토니오, 27~28일 로스앤젤레스 등이다.

최근 다방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 기분 좋게 투어를 돌게 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은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최근 앨범인 미니 5집 '이름의 장: 템테이션(TEMPTATION)'을 발매하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빌보드 200' 보다 대중적 풀뿌리 인기를 반영하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진입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순위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했다. 태현은 "우리 음악에 대한 믿음을 갖고 우리 이야기를 계속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음반은 유혹에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경계를 넘나든다. "무책임한 꿈의 낙원에 / 마지막 인사를 건넬게"라고 고하는 '네버랜드를 떠나며'가 마지막 트랙인데 이들의 향후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이번 앨범은 누구나 이끌릴 수 있는 인생의 크고 작은 유혹들을 다뤘어요. 특히 저희가 '네버랜드를 떠나며'를 애정하는 이유는 지금 준비하고 있고 곧 나올 앨범에 대한 큰 히트가 될 수 있어서예요. '네버랜드'를 떠나서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유혹을 경험하고 유혹을 겪은 뒤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예요."(태현)

'네버랜드를 떠나며'의 노랫말은 이렇다. "아름다웠던 그 모든 게 / 진실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난 / 잔인한 그 거짓을 뱉으려 해 / 무책임한 꿈의 낙원에 / 마지막 인사를 건넬게" 그렇다. 신기루는 진실이 아니고 그걸 인지하고 있을 때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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