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수완박, 검사 헌법상 권한 침해 아냐"
"장관, 청구인 자격없다"…사실상 법무부 완패
자체 개정 가능한 시행령 보루로…논란은 계속
개정 법에 근거한 시행령은 헌재 판단과 무관하게 유지된다. 검수완박 법안의 법적 근거가 갖춰지면서 궁지에 몰린 검찰이 시행령을 통해 수사권 회복을 시도해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검사 수사권이 헌법상 근거가 있는지였는데 재판관 다수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즉, 검수완박법이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이번 재판에 참여한 한 장관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소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청구인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검사의 경우 검수완박 법안으로 법률상 권한을 침해받을 수 있는 만큼 헌법이 허용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이 될 수 있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 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이 법으로 인해 권한을 침해 받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 결정은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헌법에 근거해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고 주장해 온 법무부와 검찰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 권익 침해는 불가피해졌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헌재가 법안 가결의 유효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검수완박법의 법적 토대가 단단히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관까지 공개변론에 나서며 이목을 끌었으나 사실상 법무부가 완패를 당한 셈인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시행령'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수완박법이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검찰의 수사 범위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만큼, '등'을 근거로 수사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과 관계 없이 개정법에 근거를 둔 시행령은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 이 때문에 한 장관과 검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령을 활용해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다. 시행령은 국회를 거칠 필요 없이 행정부의 대통령, 총리, 장관 등이 제정할 수 있다.
전날 한 장관은 헌재 결정 직후 "헌법소송을 제기한 것은 검사의 권한 확인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 권익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법 체계 안에서 국민들이 검수완박법으로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이는 언제든지 시행령을 검찰 수사권 회복의 대안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시행령 외 정부 입법안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어느 수가 되든 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하위법령으로 상위법을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 데다가, 정부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검수완박법 입법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헌재 선고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소위 수사권을 종전으로 회복 시킨 시행령도 다시 숙고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