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5인, 위장탈당 지적…"협의해 탈당"
이미선 "국회 형성권 존중"… 무효에 반대
"소수의견 개진 기회 '필리버스터' 무력화"
헌재는 23일 오후 전주혜·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법사위원장으로 인한 심의·표결권 침해 확인 청구를 인용했다.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6대 범죄 수사를 맡았지만, 개정 법률에 따라 부패·경제범죄 수사만 담당하게 됐다.
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완성판으로 평가 받았다. 수사와 기소를 전면 분리해, 검찰을 기소 역할만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강경파 주장에서 시작됐다. 결국 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2대 범죄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 논란이 일었다. 검수완박법 찬성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 민 의원이 무소속 신분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참여한 것이다. 일명 '위장 탈당', '꼼수 탈당' 논란이다.
지난해 4월20일 법사위 소속 양향자 무소속(민주당 출신)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의원은 다른 위원회로 자리를 옮겼고, 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안건조정위원회를 위한 조치였다.
안건조정위원회를 통과하면 법사위 산하 소위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위원 6명 중 4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성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이다.
민주당 의원 3명과 민 의원이 검수완박에 찬성하면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는 4월26일 밤 법안을 의결했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다음날 새벽 열렸고, 민주당 소속이던 박광온 당시 법사위원장은 법안을 가결시켰다.
이날 이미선 재판관은 "조정심사 없이도 조정안 의결이 가능했던 것은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조정위원과 그 밖의 조정위원의 수를 동수로 구성하도록 한 국회법 조항을 위반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의 위장 탈당을 이용한 민주당의 선택이 국회법 위반이라고 본 것이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민 의원은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되면 민주당 소속 조정위원들과 함께 조정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민주당과 협의해 탈당했다"며 "법사위원장은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민 의원을 성선임한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민 의원의 위장탈당으로 인해 안건조정위원회가 무력화됐다고 본 것이다. 이선애 재판관 등 4명은 법사위 가결도 무효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미디어법 판례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헌재는 2009년 법안에 대한 질의·토론 등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야당 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보면서도 법이 무효라고 판단하진 않았다.
헌재의 심판은 입법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상 문제를 확인하는 것에 그쳐야 하며, 그러한 문제를 이유로 법을 무효로 보긴 힘들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미선 재판관은 절차적 하자를 분명하게 지적하면서도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법사위 단계에서 심의·표결권 침해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무효 확인 청구도 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청법은 지난해 4월30일, 형사소송법은 5월3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도 회기 쪼개기를 통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무력화 논란도 일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5월3일 국무회의를 열고 두 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선애 재판관 등 4명은 반대의견에서 "(회기쪼개기를 통한 무제한 토론 무력화는) 소수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국회법상 마지막 기회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헌법 위배"라며 "국회의장이 회의 주재자의 엄격한 중립성을 위반했다"고 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회기쪼개기에 대해 "소수세력의 임시회 소집을 가능하게 한 헌법, 회기계속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국회의 회기결정은 소수세력이 참여하는 국회법상 토론 절차 및 이에 기초한 의결이 보장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다른 재판관 5인이 본회의 단계에서 국회의장에 대한 심의·표결권 침해 청구, 무효 확인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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