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일 외교' 공방…여 "대승적 결단" 야 "친일적 결단"(종합)

기사등록 2023/03/21 18:19:22 최종수정 2023/03/21 19:23:21

국회 외통위, 소관 부처 업무보고 및 현안질의

여 "국익과 미래 위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

야 "대법원 판결 뒤엎는 해법…박진 사퇴해야"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태호 외통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03.2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성원 여동준 기자 = 여야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등 대일 외교 성과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악화된 한일 관계를 개선한 '대승적인 결단'이라고 평가한 반면, 야권은 정부의 대일 외교를 '친일적 결단'이라고 비판하며 박진 외교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외교부·통일부 등의 업무보고를 받고 현안질의를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성과와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대위변제 배상안에 대해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태영호 의원은 "야당에서 대통령 방일에 대해 계속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 문제는 사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1965년 청구권 협정 때 굴욕적이고 매국 외교라는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먹는 게 바로 굴욕이라 했다"며 "현 정부도 미래지향적으로 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은 국교 정상화로 받은 청구권 자금으로 경제선진국 기틀을 닦았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문화 개방 결단으로 오히려 일본이 우리 문화 식민지가 되지 않았나"라며 "앞으로가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전은 외교대국"이라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일한 경험을 언급하며 "한일 경제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번 용단으로 양국 경제협력 기반이 마련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이라고 전했다.

이어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윤 대통령이 초청받았다. 우리나라 국격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것이 바로 외교 성과다. 어떻게 굴욕외교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한일 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의원은 "이 길이 이른바 국익과 미래를 위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라는 확신 때문에 결정하신 것으로 안다"며 "제3자 변제안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조심조심 살얼음판을 걷듯 관계 개선을 위해 접근하고 있는데 삼전도의 굴욕이고 제2의 이완용이라고 비판받아야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명수 의원은 "'제2의 이완용'이라는 내용에서 '굴욕외교' 실체를 찾기 어렵다. 이것 자체가 국론을 분열하는 것"이라며 "강제동원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부터 지금까지 6000억원 이상 정부 세금으로 위로금을 지급했다. 사실상 제3자 변제"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태호 외통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03.21. amin2@newsis.com
반면 야권은 정부의 대일 외교를 "대승적 결단이 아닌 친일적 결단"이라고 비판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갖고 갔지만 윤 대통령은 일본에 가서 허언한 것이다. '허언장담'을 한 것"이라며 "박 장관이 주무 장관으로서 이 사태를 만들었다. 박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은 피해자가 전혀 동의하지 않고 국민이 강하게 규탄하고 대법원 판결을 뒤엎는 해법을 가지고 일본에 가셨다"며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가셨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느냐"고 물었다.

또 "대만 언론에서 '윤 대통령 자체가 한국의 적이다, 이게 무슨 외교냐, 진짜 바보 같은 대통령'이라고 했다"며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렇게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아시고 박 장관은 사퇴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같은 당 박정 의원은 "정부 측이나 특히 박 장관은 한일정상회담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일반 국민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 측 생각과 일반 국민의 생각이 다르다면 어디를 더 중시해야겠냐. 우리 국회나 정부겠냐"고 꼬집었다.

조정식 의원은 "NHK는 독도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하고 일본 관방부 장관은 독도 문제가 포함됐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착실히 이행하겠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방일 기간 대한민국의 공식적 해명과 답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국민이 독도, 위안부 등의 문제에 대해 정상 간에 어떤 얘기가 있었는지 일본 언론을 통해 들으니까 우리 정부에 대해 더 의심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정부로서는 국민들께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정 민주당 간사도 "사전에 논제로 상정된 바 없는 것들을 정상이 언급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일본 측의 말이 거짓이라면 왜 일본 정부 쪽에 강력하게 항의를 못하냐"며 "이러니까 우리 정부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 불안과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국정조사가 어렵다면 외통위 차원의 청문회라도 이뤄질 수 있게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우상호 의원과 박진 외교부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2023.03.21. amin2@newsis.com
여야가 번갈아 질의를 이어가던 중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회의장 화면에 띄운 역술인 천공의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띄우면서 여당 측 반발이 거세졌다.

김경협 의원이 제시한 영상에서 천공은 "일본에 대해서 고마워해야 한다,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가 힘이 없을 때 일본이 힘이 돼 주고 도움을 받았다. 일본에 당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천공에 대해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에 만났고, 어려운 현안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자문을 해왔고, 본인이 실제로 많은 해법을 제시했다고 한다"며 "이번 친일 외교의 기조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바로 천공의 지침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여기서 무관하게 천공 얘기가 왜 나오나"라고 항의하자 김 의원은 "현안질의와 직결돼 있다. 외교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밝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도 "천공 얘기만 나오면 부르르 떠시나"라고 비꼬았다.

태 의원은 김경협 의원의 질의가 끝난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오늘 상임위를 개최한 목적은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관련한 정책 질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일본 방문, 현 정부 정책과 전혀 무관한 무속인 천공의 유튜브 채널을 틀어놓는 것을 위원장이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석기 의원도 "윤 대통령이 무속인 얘기를 듣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은 국가원수를 모독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소관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회의 차수를 두고 초장부터 대립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 13일 단독으로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반역사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 및 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와 배상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전체회의를 '원천 무효'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당시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외통위원장이 위원장석에 앉고도 회의를 기피했다며 국회법에 따라 이재정 민주당 간사를 위원장 직무대리로 해 회의를 연 것이라고 맞섰다.

여야 대립이 격화되자 김 위원장은 시작 30여분 만인 오후 3시5분께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을 진정시킨 후 8분 뒤인 오후 3시13분께 속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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