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정소위, 재정준칙·사경법 이견으로 심의 난망
요소수 부족 사태 후 범정부 차원의 공급망 필요성↑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세계 각국에서 자국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의한 공급망기본법이 5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정준칙과 관련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사회경제적기본법 제정안(사경법) 등 여야 견해차가 큰 법안들이 함께 묶여 있어 공급망기본법에 대한 심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이날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을 심의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의 명의로 공급망기본법을 발의한 후 법안은 5개월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달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22일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와 30일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되려면 이날 경제재정소위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공급망 기본법 논의 전에 재정준칙과 사경법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돼 심의 순서가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지난 15일 열린 경제재정소위에서도 공급망기본법 앞에서 심의가 끊겼다.
공급망기본법의 핵심은 공급망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에너지·원자재 대란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또 공급망 안정화기금을 만들어 위기 시 추가적인 재정 투입 없이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급망기본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국정과제였으며, 기재부가 핵심적으로 추진 중인 3법(반도체 세액공제, 제정 준칙) 중 하나다. 또 문재인 정부 때부터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법 제정에 난항을 겪는 사이 해외 각국도 공급망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 중이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핵심 분야 경쟁력 강화법을 도입했고, 공급망 교란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로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은 지난 17일 특정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축소하고 역내투자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핵심원자재법 초안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주요국들은 다자무역체제가 퇴조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블록화됨에 따라 자국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법령, 전담 조직, 자금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전문가는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이 공급망 확보를 견고히 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공급망 문제가 쟁점이 된 지금 법안을 제정해야 다음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공청회에 참석하기도 한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해외 각국이 추진 중인 법안은 모두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이라며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 내부에서 공급망을 갖출 수가 없다. 그래서 좀 더 지정학적 위험성이 적고, 동맹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연결해 원자재들을 잘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법이 마련되면 이를 좀 더 탄력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이슈는 서서히 사그라들 텐데 이슈가 된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또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기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재정소위에서 극적으로 법안이 타결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큰 이견이 없는 법안이라서 여야가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도 신속하게 입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법들과 묶여 있기보다 공급망기본법이라도 먼저 처리가 돼야 한다"며 "주요 쟁점이 많은 법안이 아니고,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법안이기 때문에 여야 견해차가 크지 않다. 흐름이 맞으면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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