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SVB' 우려는 여전…국내 위기 전염 가능성은

기사등록 2023/03/14 14:46:41 최종수정 2023/03/14 16:25:56
[웰즐리=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의 실리콘밸리은행 지점 입구 모습. 2023.03.13.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와 뉴욕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또 다른 중소 은행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우리 금융당국도 SVB발 '불똥'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경제·금융 수장들은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 회의를 열고 SVB 사태와 관련한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미 재무부·연방준비제도(Fed) 등의 주요 조치사항 등을 점검했다. 지난 12일 이후 이틀 만의 회의다.

SVB 파산 이후 지난 13일 문을 연 글로벌 금융시장은 개장 전만 해도 '블랙먼데이'가 덮치는 것이 아니냔 우려가 높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미 정부가 SVB에 맡긴 고객 돈을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 부족 금융기관에 자금 대출을 해준다는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놨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예금은 안전하며 필요할 때 언제든지 그 곳에 있을 것"이라며 시장을 진정시켰다.

이처럼 미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이번 사태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지 못할 거란 기대감이 퍼지면서, 실버게이트와 SVB에 이어, 가상화폐 전문은행인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 조치됐음에도 글로벌 시장과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장 초반 변동성 장세를 보이다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한 연쇄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며 시장에 변동성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간밤 전 세계 은행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며 미 뉴욕증시와 유럽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미 뉴욕증시는 금융주 급락 등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지역은행 중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61% 이상 폭락하며 하락세를 주도했고, 웨스턴 얼라이언스의 주가도 47% 폭락했다. 대형 은행들도 영향을 받았다. 웰스 파고는 약 7%, 씨티그룹은 약 7.4% 하락했다. 미 뉴욕타임스(NTY)에 따르면 이날 급격한 주가 하락으로 12개 은행주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됐다.

미국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영국의 42개 대형 은행을 추적하는 스톡스 유럽 600 은행업종 지수는 이날 오후 한때 5.6% 급락해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범유럽 지수 스톡스 600 지수는 2%대 내렸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주가는 한때 12%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증시에서 HSBC 주가는 4%, 바클레이스는 6% 떨어졌다.

이에 국내 증시도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며 휘청이고 있다. 14일 오후 2시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2~3% 넘게 빠지며 각각 2350대, 760대를 나타내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98.1원으로 하락 출발했다가 상승세로 전환해 1306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연설하는 등 구두 개입을 통해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려는 모습에도 일부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는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퍼스트리퍼블릭뱅크 등 지방은행들로 구성된 은행 ETF가 12%대 폭락했다는 점은 중형 또는 지방은행들의 추가적인 폐쇄 사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 뱅크에 이어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은행들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팩웨스트뱅코프·웨스트얼라이언스뱅코프 등을 지목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연준과 JP모건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 받았고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국내 전염 차단하려면 2금융권 중심 모니터링 필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0.24포인트(0.84%) 하락한 2390.36으로 장을 시작한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3.03.14. photocdj@newsis.com
다만 SVB와 시그니처 뱅크 등이 스타트업과 IT(정보기술) 기업에 특화된 전문은행인 만큼,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VB의 조달구조가 취약한데다 유동성 관리실패가 파산의 배경이라는 측면에서 타 은행으로의 전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SVB사태는 소강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미국 은행권의 높은 자본비율과 낮은 연체율, 양호한 수익성 감안시 금융시스템 안정성 저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했다.

특히 우리 금융시장의 경우 국내 금융사는 은행과 비은행권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도 양호하고 수익성도 견조해 이번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SVB처럼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금리 상승기인 최근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자본력과 건전성이 취약하고 SVB와 유사한 자산 구조를 가진 지역은행들의 뱅크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태가 조기 진압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밖에 없다"며 "단 국내 은행의 사업모델과 판이하기 때문에 국내 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 및 4대 공적연금, 한국투자공사(KIC),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기관 등의 관련 은행에 대한 익스포저(투자 위험)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KIC는 지난해 말 기준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의 주식 2만8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당시 기준 평가액은 462만3000달러(약 60억원)다. 국민연금은 SVB 그룹 지분 10만795주(약 300억원),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지분을 25만2427주(약 404억원)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이번 SVB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만큼, 긴장감을 갖고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SVB 사태를 촉발한 고금리와 건전성 측면에서 국내 금융권도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특정 부문에 자금이 몰린 저축은행과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금융당국도 현 시점에서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유동성 등도 신속하게 재점검하고,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만큼, 지난해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은행-LCR 정상화 유예, 예대율 한시적 완화, 저축은행-예대율 한시적 완화 등 각종 유동성 규제 안정화 조치를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최근 거래상대방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거액 익스포져(위험노출액) 한도관리 규제를 1년 연장하는 행정지도도 예고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국내 은행이 연계된 거래상대방별 익스포져를 국제결제은행(BIS)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해야 하는 규제다. SVB의 몰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몰빵 대출'로 은행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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