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청회
전문가 "재정건전성" "지속가능성 악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여당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내로 유지하되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 폭을 2% 내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와 공급망 위기 때문에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16조원이 늘었다"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한국은 40.1%에서 54.1%로 14% 늘었는데,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등은 46%에서 53%, 7%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배 의원은 "재정준칙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건 이미 쓰나미를 겪었고 또 쓰나미가 올지도 모르는데 제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라며 "가정에서도 소비 지출액에 실링을 두는데 국가에서조차 안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의원은 "앞서 여야 대표들과 문재인 정부가 이 법을 왜 제출했을지 봐야 한다. 우리나라와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선진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했을까"라며 "언론과 국제기구들로부터 많은 우려와 질타가 쏟아질까. 왜 한국만 갈라파고스의 섬이 되려고 자처하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도입 당위성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의원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수요가 많고 그결과 재정수지 악화로 국가채무가 늘어났다"며 "독일이 1974년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을 당시 국가채무가 18.6%였다. 프랑스 1979년도 21.1%, 스페인 1972년도 27.9%였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에 38.2%였다. 고령화 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음에도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재정 지출 재원이 세입이나 자체 수입이면 모르겠는데 결국 국가채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민간에서 할 투자를 사실은 국가가 하는 형태가 된다. 재정투자 효율성도 봐야 한다"며 "다른 나라의 채무가 몇 %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빚을 내고 괜찮다는 건 빚을 내는 게 괜찮다는 전제"라고 말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MF가 우리 재정을 균형 재정으로 평가하고, 피치의 국가신용평가가 AA-로 여전히 우량한 상태를 유지한다"며 "IMF, 국제신용평가사 평가 등 국가신용등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양기대 의원은 "정부 재정건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양호한 편이지만, 가계부채는 하위권"이라며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재정을 더 풀어서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양경숙 의원도 "OECD 국가 평균 정부부채가 GDP 대비 117.9%다. 우리나라는 51.5%다. 과도하게 높은 것인가"라며 "반면에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우리나라가 훨씬 더 높다. 영국 86.9%, 미국 76.9%, 일본 67.8%, 프랑스 66.8% 등인데 우리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156.8%"라고 거들었다.
정태호 의원은 "복합적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재정준칙을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도,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가계에 부담시키고 선진국들은 국가가 책임졌다. 재정준칙이 경제와 사회적 정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슬프게도 대한민국과 그 외에 별로 없다. 재정준칙이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에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재정준칙 도입으로 재정건전성과 지속성을 높이고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필요한 장치들을 함께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도 "국가채무는 실제 채무와 다르게 더 큰 채무를 가지더라도 레버리지를 활용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지만, 채무 레버리지 비율에는 한계가 있다"며 "전 세계 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라면 한국 경제 현실을 보면서 벤치마킹해 재정총량 수준을 잘 찾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의 GDP 대비 순채무비율은 다른 선진경제권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고, 저소득국가는 신흥국가보다 많이 낮다"며 "엄격하게 60%, 3% 룰을 지키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면 인구구조 문제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재정준칙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국가부채는 가장 낮은 편이다. 국가부채를 억지로 낮췄을 때 다른 기업부채나 가계부채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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