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란-사우디 합의중재로 중동정치 주도적 역할 맡아

기사등록 2023/03/13 19:15:18

中 외교 역량,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커져

'평화의 건설적 행위자' 이미지 제고…서방 비난 잠재우는데 도움

[베이징=신화/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재개를 이끌어낸 중국의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가운데)이 10일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모함메드 알-아이반 사우디 외교장관(왼쪽)과 알리 샴카니 이란 국가최고위원회 서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관계 재개 합의로 중국이 중동 정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는 과거 미국과 러시아 같은 오랜 강국에 맡았던 역할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경제적 위상에 맞게 커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이다. 2023.3.13.
[베이징=뉴시스]유세진 기자 =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관계 재개 합의로 중국이 중동 정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이는 과거 미국과 러시아 같은 오랜 강국에 맡았던 역할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경제적 위상에 맞게 커지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이다.

독재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 외교는 서방에 대한 분노 폭발, 대만에 대한 위협, 남중국해에서의 공격적 움직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비난 거부 등으로 유명해졌다.

이란과 사우디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7년 간의 긴장 끝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합의한 것은 중국 외교의 다른 면모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이란 대통령을 만나는 등 이번 회담에 직접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12월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하는 등 중국의 에너지 공급에 중요한 석유가 풍부한 걸프 아랍 국가들과 회담을 가졌다.

이번 합의는 걸프 아랍국들이 중동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중국의 외교적 승리로 간주된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중동연구소 소속 인도네시아 학자 무하마드 줄피카르 라흐마트는 "중국이 중동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적 이익을 좇아 점점 더 중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분쟁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이 중동 에너지 수출의 최대 고객으로 부상한 반면 미국은 에너지 독립으로 전환하면서 수입의 필요성을 줄였다.

중국 관리들은 오랫동안 중국이 이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마이애미 대학 중국 정치학자 준 테우펠 드레이어는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사우디 간 마찰로 생긴 공백을 중국이 채우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은 또 중동 에너지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해 미 해군이 1980년대부터 중동 해역 보안의 주요 보증인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소말리아 연안에서 불법 해적 방지 작전에 참여하기 위해 해군 함정을 기증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3일 전인대 폐막식에서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개혁과 건설에 적극 참여하고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외교적 승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난하는 대신 미국과 나토가 분쟁을 조장한다며 비난한 중국을 미국이 비난는 가운데 나왔다.

그러나 많은 중동 국가들은 중국을 중립국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 사우디는 대외무역의 3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은 25년 간 4000억 달러(522조4000억원) 투자를 약속하는 등 이란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로 수출시장이 거의 막힌 이란은 중국에 석유를 대폭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타이베이에 본부를 둔 국제위기그룹의 분석가 아만다 샤오는 "이번 합의는 평화를 위한 건설적 행위자로서 중국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있다는 서방측 비난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외교 경쟁에 나서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성공적 협상은 양국(이란과 사우디)이 중국을 신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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