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이번주 공청회…경기 부진한데 국회 문턱 넘을까

기사등록 2023/03/12 07:00:00

14일 공청회·15일 경제재정소위 논의 예정

국회 통과 불확실…"선심성 정책 회귀 안 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3.02.21. bjko@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오는 14일 국회에서 재정준칙 공청회가 예정된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재정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가 경기 부진 신호까지 강해지면서 국회 문턱을 넘기기에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늘 14일 재정준칙과 관련한 국가재정법 공청회를 연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재정준칙 도입 근거를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6개월 만이다.

야당 의원들이 지난달 재정준칙에 대한 공청회를 요구하면서 국가재정법 개정안 통과가 지연됐다가 이달 중순에서야 공청회를 열게 됐다. 개정안은 제정안과 달리 공청회가 의무 사항이 아니다.

오는 15일에는 기재위 경제재정소위 법안소위에서 국가재정법 관련 논의가 첫 번째로 진행된다. 내주 또 한 번의 소위가 더 열릴 예정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때부터 이전 정권에서 빚이 크게 늘어난 점을 비판하며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등 확장 재정으로 중앙정부 채무가 지난해 103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국내총생산(GDP, 약 2150조5000억원) 대비 채무비율은 48%다. 작년 11월 기준 1045조를 넘어섰는데, 연말 국고채 상환 등을 고려하면 당초 계획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를 초과하면 적자폭을 2% 이내로 유지하겠다는 게 골자다.

올해 국세수입도 지난 1월 전년에 비해 6조8000억원이 주는 등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 안전장치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서울=뉴시스]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빅터 가스파르(Vitor Gaspar) IMF 재정국(FAD) 국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3.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회예산정책처도 재정준칙이 없으면 40여년 후 1인당 국가채무 1억원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회예산쟁척처가 지난해 낸 '2022~2070년 국가채무 장기전망' 분석에서 재정준칙이 도입되지 않으면 2060년 국민 1인당 국가채무가 1억원을 넘어설 거라고 분석했다.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 국가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 재정국장은 지난달 16일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을 만나 "재정준칙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법제화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해외 자금이 유출되면서 결국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경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의도와 달리 재정준칙의 국회 통과는 불확실하다. 야당은 연초부터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요구하며 재정 준칙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에 정치권의 상습적인 추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도 2020년에 GDP 대비 60%, 통합재정수지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내세웠지만 선거철 '재정 확대' 논리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여기에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사 등 정치적 이슈에 가려 또다시 장기 표류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국책기관은 경기의 위험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진단의 수위를 '경기 둔화 지속'에서 '경기 부진'으로 높였다.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 등 경기 악화로 국가 재정 개입의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3.03.01. yulnetphoto@newsis.com
전문가는 정치권이 선거와 맞물려 선심성 정책으로 회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빠른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실물경제가 어렵더라도 버틸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버텨야 하는데, 정치권은 무조건 재정을 풀자고 말하고 있다. 선거와 맞물려 선심성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또 경기 흐름이 상고하저로 예측되는 가운데, 지금 추경을 편성해 하반기에 집행하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65% 당겨서 조기집행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지금 추경편성을 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 지금 편성하면 하반기 집행인데, 만약 하반기에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하면 경기가 과열돼 이자율이 높아진다. 지금은 숨 고르기를 해야 할 시기"라고 봤다.

그러면서 "재정준칙 법제화는 빠를수록 좋다. 국가재정을 절약하면서 효율적으로 써보자고 하는 사회적 약속인데, 이를 거부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출을 확대하면 늘어난 국가부채를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갚아야 한다. 국가채무가 늘면 국제기구에서도 신용문제 경고를 받아 신용이 하락하는 등 외부 충격이 온다. 유럽 국가들이 이미 했던 일들에 우리가 왜 똑같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 건전재정을 지켜 미래의 복지지출을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재부는 추경은 재정준칙과 별개의 문제이며 빠른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 5년을 보면 관리재정수지를 확장 재정으로 했던 게 2.8%다. 재정준칙은 3%로, 평상시 경기에 대응할 때 재정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게 돼있다. 그렇기에 큰 문제가 없고, 관리재정수지를 3% 이상 해야 할 상황이면 코로나 때처럼 추경을 해야 하는 위기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정준칙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다. 재정준칙의 여부가 국가신인도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빠른 법제화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와 면담에 앞서 앤 반 프라그 Moody's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2.10.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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