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육성 종합계획 추진
참외·인삼·유자 등 집중 지원…소득 증대·수출 활성화
한국이 첫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003년 2월 한국-칠레 FTA 체결 이후 한국은 그 동안 전 세계 59개국과 21건의 FTA를 맺었다. 첫 FTA 체결 당시만 해도 농업은 큰 피해가 예상됐다. 값싸고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 국산 농산물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20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농식품 업계의 자생 노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한 신품종 개발과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류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수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FTA 확대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에게 일으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총 10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2004년 한국과 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국내 포도 산업은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개방 첫 해 포도 수입량은 63%나 늘었다. 매년 수입량이 증가하며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고, 재배면적도 절반으로 줄었다.
다수의 FTA 이행으로 수입개방이 가속화하면서 포도 농가는 설 자리를 잃었다. 2015년에는 FTA 농어업법에 의해 폐업지원금 지급품목으로 지정되며 포도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런 포도 산업이 FTA 파고를 넘어 딸기와 함께 수출 효자 과일로 자리매김했다. 시들해진 포도 산업이 생기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특화작목으로서 신품종 개발과 단지 조성, 기술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FTA로 농산물 수입 개방 확대로 피해 농가를 구제하기 위한 피해보전직불과 폐업지원 제도가 시행됐지만 자생 능력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지역특화작목 사업은 FTA 시대 수입 농산물 증가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소득이 줄어 존폐 위기에 놓인 농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지역특화작목연구소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특화작목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2021~2025년)'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은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립한 국가와 지자체의 5년 주기 중장기 계획이다.
1차 종합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전국 9개 도(道)와 함께 69개 지역특화작목을 선정해 총 898억원을 투입해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375억원은 직접투자하고, 연구개발(R&D) 지원 등 523억원을 간접투자한다.
특화작목에 대한 종자 자급률 향상과 스마트 재배기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두 배 높이고, 노동력을 절감하는 등 농업·농촌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액을 두 배 상향하고, 지역특화작목 농가소득도 연평균 증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지역특화작목은 FTA 대체 작목으로 농가 소득증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소득 작목화를 위해 연구개발 및 단지조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외와 인삼, 유자는 지역의 대표적인 특화작목으로 성공 사례를 쓰고 있다. 참외는 국내 재배면적 4653㏊ 중 90%(4201㏊)가 재배되는 경북도의 대표 지역특화작목이다. 주산지인 성주군은 국내 생산량과 재배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경영비를 포함한 연간 조수입 규모가 5700억원 정도로 생산기반 및 관련 산업이 발달했다.
농진청은 지역특화작목 사업을 통해 참외 생산성 유지를 위한 안정적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참외 수경 재배 기술을 정착해 생산성은 20% 향상되고, 노동 환경은 대폭 개선됐다. 참외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확 후 관리 기술 개발로 수출국도 8개국에서 12개국으로 늘었다.
인삼의 고장 금산군이 위치한 충남도는 지역특화작물 사업으로 인삼 신품종을 개발, 조기 보급에 나섰다. 재해에 강하고, 기능성이 향상된 우량품종 재배를 늘려 생산량을 24%나 향상시켰다. 해외시장 다변화로 신흥시장을 발굴해 4984만 달러 수출 효과도 달성했다.
전남도의 대표적 지역특화작목인 유자는 전국 재배면적의 88%가 전남에 있다. 전남 농산물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유자가 차지한다. 전남도는 농진청과 함께 수출단지(10㏊)를 조성하고, 노후화 된 연구시설을 현대화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요 특화작목은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며 수출 증대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삼은 5년전 1억8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유자는 4125만 달러에서 5644만 달러로, 복숭아 232만 달러에서 399만 달러로 수출이 늘었다. 선인장, 포도, 버섯류, 양파, 수박 등도 지역특화작목 지정 이후 꾸준히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올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36개 전략 육성작목을 선정하고 기술개발과 인프라구축, 산학연컨설팅과 연계해 집중투자하겠다"며 "특화작목 유통과 수출 경쟁력 강화 등 소비 확대 분야에 역량을 결집해 지역 발전을 이끄는 산업화와 농가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 2022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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