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김만배 지분 약속, 이재명도 공유…'대통령 만들기' 자금"(종합)

기사등록 2023/03/09 19:06:12 최종수정 2023/03/09 19:10:46

"이재명에 보고됐나" 묻자 "모두 공유했다"

"정진상이 받아오라고 했나" 묻자 수긍해

"내가 김만배·정진상 소개"…시장선거 지원

"남욱에 돈 요구해 김용에 전달" 당시 회상

"남욱이 대가 요구하자 정진상도 수용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명 불법 대선자금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09.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김만배씨의 대장동 사업 지분 절반을 이 대표 측이 받기로 했다고 재차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이 이 대표에게도 공유됐고, 그 사용처를 이 대표의 대선 자금으로 합의했다는 게 유 전 본부장 측 주장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남욱 변호사에게 자금 마련을 요구하고, 김 전 부원장에게 이를 전달한 정황을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2014년 6월께 이재명의 성남시장 재선 이후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선거 과정에 도움을 준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를 대장동 사업자로 내정하고 그 대가로 김씨 지분 절반에 상당하는 금원을 받기로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김씨가 대장동 사업 지분을 얼마나 가질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질 지분 절반에 상당하는 금원을 준다고 했느냐'란 물음에도 "그렇다. 우리 쪽(이 대표 측)에 준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분 절반을 받기로 한 내용이 이재명에게도 보고됐느냐'란 질문에 "서로 다 공유하고 있었다"며 수긍했다.

특히 그는 '정진상으로부터 김씨와 약속한 지분 절반 상당 금원 중 일부를 대선 자금 명목으로 받아오라는 말을 들었는가'란 질문에도 "그렇다. 있다"고 답했다. 사용처에 대해서는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과) 이재명 대통령을 만드는 게 목표였으니 이를 위한 자금으로 쓰자고 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신문에서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남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과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이 2013년 성남도개공 설립 당시부터 인연을 맺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 여름 정 전 실장과 김씨를 소개해준 사실을 인정하고,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당시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을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21년 2~3월께 김 전 부원장으로부터 10억원 상당의 자금 마련을 요청 받아 남 변호사에게 이를 전달했다고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남 변호사가 조건을 걸었다고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자금 요청 관련) 남욱이 두 가지 조건을 걸고 (돈을) 해주겠다고 말했다"며 "자기가 8조 정도 규모의 안양시 박달동 개발사업을 하는데 군부대 탄약고 이전이 큰 리스크라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해결)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다음 자기(남욱)가 부동산신탁회사를 하고 싶다며 라이센스를 달라고 했고, 김용에게 전화하니 '당연히 해줘야지'라고 했다. 정진상한테도 확인했다"며 "(남욱이) '형, 그거(라이센스) 나오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습니다'라고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03.09. amin2@newsis.com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에 첫 증인으로 선 유 전 본부장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오전 재판에서 이 대표 측을 겨냥해 "형제란 사람들은 나를 방치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저를 몰아가고 있는 느낌이 들어 괘씸해서 자백했다"고 말한 데 이어 오후에는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정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2021년 4~5월 김 전 부원장에게 최초로 1억원을 건넸다고 인정하며 "김용이 방문했고 정민용도 사무실에 있었다"며 "돈 받으러 왔으니 좀 그럴 것 같아 제 방으로 안내해 담배 한 대 정도 피운 다음 돈을 갖고 나갔다"고 말했다.

또 같은 해 수 차례 돈을 전달한 상황을 떠올리며 김 전 부원장이 타고 온 차에 대해서도 "차종은 생각나지 않지만 굉장히 더러웠다. 더러웠기 때문에 (매번) 같은 차라고 느끼지 않았나 싶다" "(돈을) 실어주고 담배를 한 대 피우자고 해 대화했고 당시 모기에 많이 물렸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 전 부원장은 정 전 실장과 함께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의 금품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4~8월, 4차례에 걸쳐 남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했고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의 유용으로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 건네진 것은 6억원가량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김 전 부원장은 2010년 7월~2014년 6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성남도개공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회에 걸쳐 1억9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김 전 부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첫 공판에서 "돈을 달라고 얘기조차 꺼낸 적이 없다"며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에서 돈을 요구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부도덕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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