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뜯어 먹힌 상어 20마리 떼죽음…범인은 '포식자' 범고래

기사등록 2023/03/07 13:39:08 최종수정 2023/03/07 18:12:48

남아공 어촌 마을에서 상어 사체 발견돼

해양 생물학자들, 범고래 한 쌍 범인 지목

[메사추세츠=AP/뉴시스] 미 매사추세츠주 트루로의 해안가에 죽은 백상아리 한 마리가 놓여 있는 사진. 본문과는 관련 없음. 2018.08.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차종관 인턴 기자 =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변에서 범고래 한 쌍에 의해 상어 20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화제가 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더포브스와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남동쪽으로 93마일(약 150㎞) 떨어진 어촌 마을 간스바이에서 토막 난 상어 사체들을 발견됐다.

해양 생물학자들은 범인이 '포트'와 '스타보드'라는 별명을 가진 범고래 두 마리라고 추정했다. 꼬불꼬불한 등지느러미로 알아볼 수 있는 이들은 상어를 좋아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2015년 케이프타운 근처에서 처음 발견됐다.

현지 다이빙 단체인 마린 다이내믹스(Marine Dynamics)의 해양 생물학자 랄프 왓슨(33)은 총 20마리의 상어 사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죽은 상어 중에 칠성상어 19마리와 점박이협곡상어 1마리가 포함되었다고 덧붙였다.

상어 연구자인 앨리슨 타우너(37)가 부검을 진행했다. 그는 죽은 상어가 모두 암컷이었으며, 골반 띠가 찢어져 있고 가슴 지느러미에 갈퀴 자국으로 알려진 범고래 이빨 자국이 있으며 간이 없어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AFP 통신에 "이 지역에서 범고래가 해당 상어 종을 사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고래 두 마리 덕분에 케이프타운 인근 해역에서 포악한 백상아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스타보드'와 다른 범고래 4마리가 모셀 베이라는 항구 도시에서 백상아리를 쫓아가 죽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는 돌고래를 사냥하고 작은 상어 종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백상아리를 공격하는 사례는 드물다.

과학 단체 씨서치(Sea Search) 대표인 사이먼 엘웬(45)은 상어의 간이 매우 영양가가 높은 장기이기 때문에 범고래가 공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범고래는 상어의 가슴 부위를 찢고 간을 튀어나오게 한다"며 "희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 또 다른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죽이는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포트' 그리고 '스타보드'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어 개체군에 미치는 위험은 제한적이다. 매년 수십만 마리의 상어가 바다에서 어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엘웬은 "범고래 두 마리가 상어를 멸종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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