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36% 급등…시총 21조 돌파
올해 공매도 잔고 반토막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시가총액 약 20조원의 거구 에코프로비엠이 이틀 새 36% 급등했다. 이틀 연속 10%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인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청산에 따른 주가 상승, 즉 '숏스퀴즈(short squeeze)'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거래일 간 15만9700원에서 21만7000원으로 35.9% 상승했다. 특히 6일 하루에만 19% 급등하면서 에코프로비엠은 시가총액 21조2229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판도 뒤흔든 2차전지株
2차전지주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월 약 3년 간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지켜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첫 등극했다.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1·2위를 다투며 올 초까지만 해도 시총 규모가 9조원대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에코프로비엠이 2차전지주 약진에 힘입어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굳혔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들어 주가가 25% 상승한 2차전지 소재주 엘앤에프에게 시총 2위 자리마저 내주며 나란히 9조원대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뒤이어 2차전지주 에코프로가 시총 8조원을 넘보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천보 역시 올초 시총 13위에서 11위까지 올라 10위권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차전지주 주가의 약진에는 전기차 시장 성장 기대감과 대규모 수주 체결 등 호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30일 발표된 포스코케미칼의 40조원 양극재 중장기 수주계약을 시작으로 지난 2월 엘앤에프와 테슬라가 3조8000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으로 양극 업체들의 주가 랠리 근거가 됐다"며 "삼성SDI와 GM 미국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에 대한 기대감과 이를 통한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산업 내 추가적인 대형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멈출 줄 모르는 주가에…공매도 항복?
전문가들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급상승에는 공매도 청산 등 수급적 요인도 있다고 판단했다. 연초 2차전지주들의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점이 오히려 주가 급등을 불러온 것이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와 미리 팔고, 가격이 떨어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보는 투자 전략인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비싼 가격에라도 주식을 되사 갚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 공매도 청산 과정에서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숏스퀴즈' 또는 '숏커버링'이라고 한다.
이 때 숏커버링이 몰리게 되면 매수 체결강도가 높아지며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약세 종목 주가의 하락 골을 더 깊게 만든다고 알려져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오를 땐 '패닉 매수'에 따른 주가 급상승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 퀀트 전문 애널리스트는 "숏커버링이 일어나면 대부분 주가는 오르고 공매도 세력이 참지 못하고 빠져나가면서 공매도 잔고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올해 내내 주가가 올랐고, 상승 과정에서 공매도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더 치솟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지난해 말 9만9800원에서 21만7000원으로 두배 이상 뛴 사이 공매도 잔고 수량은 521만2645주에서 지난달 28일 283만1485주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말 에코프로비엠 공매도 잔고 비중은 5.5%에 달했으나 주가가 더 오른 현재 오히려 2.9%까지 낮아졌다.
◆숏스퀴즈 '게임스톱' 두달 간 1745%↑
숏스퀴즈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대표 종목으로는 미국의 비디오 게임 유통점 게임스톱이 있다. 2020년 말 20달러를 밑돌던 게임스톱은 두달 만인 1월27일 347달러를 돌파하며 1745% 급등했다.
당시 미국판 종목토론방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게임스톱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면서 대규모 공매도 청산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스톱을 시작으로 AMC엔터테인먼트, 블랙베리 등 공매도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진 종목들이 당시 미국 개인 투자자 '로빈후드'의 타깃이 됐다.
게임스톱 사태는 개인 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의 전투로도 화제를 모았으나, 미 금융당국은 게임스톱 매수 운동을 펼친 개인투자자에 대해 조사하고 시세조종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게임스톱과 블랙베리 등은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개인투자자들의 집단 공세 등 수급적인 요인으로만 숏스퀴즈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 현재 게입스톱의 주가는 18달러 선까지 하락했으며 62달러를 웃돌았던 AMC 주가는 10분의 1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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