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10개월 만에 5% 아래로 내려
중국 리오프닝, 국제 원자재→국내 물가 압력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5~6%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물가상승률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오면서 물가 상승폭이 꺾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리오프닝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하반기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6일 통계청의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4.8%로 10개월 만에 5% 아래로 내려섰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5월 5.4%로 5%대로 올라서더니 같은 해 6월 6.0%, 7월 6.3%까지 치솟았다.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6개월 간 5%대 물가를 이어가다 지난달 4%대로 하락했다.
지난달 물가는 빵(17.7%), 스낵과자(14.2%) 등 가공식품 가격이 10.4% 뛰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공공요금도 역대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전기료(29.5%), 도시가스(36.2%), 지역 난방비(34.0%) 등이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8.4% 급등했다. 상수도 요금의 경우 전기·가스료와 달리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데, 일부 지자체에서 상수도 요금 올리면서 전월대비 0.1%포인트(p) 올랐다. 이는 2010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물가 상승폭이 줄어든데는 석유류(-1.1%)와 축산물(-2.0%) 가격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중국 리오프닝으로 다시 원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는데 일부 투자은행(IB) 등에서는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7일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상방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석유류 가격 상승전환뿐 아니라 공공요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뤘다. 서울시(버스·지하철 등)와 경기도·인천(택시)은 대중교통요금 인상시기는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됐다.
하지만 국제유가 등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도 공공요금 인상을 부추길 전망이다. 한전의 작년 영업손실은 32조6034억원에 달한다. 2021년 대비 456.7%(26조7669억원) 악화했다.
가스공사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500%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민수용 미수금은 지난해 8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물가 상승폭이 축소되더라도 예상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은 올해 물가를 정부 전망치(3.5%) 이상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 교수는 "물가는 유동성이 풍부하게 넘쳐날 때 오르는 것인데 고이자율 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추세적으로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부에서 물가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상승폭은 줄겠으나, 4% 아래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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