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손 들어준 법원, 'SM 3.0' 어떻게 판단했나

기사등록 2023/03/06 07:05:48 최종수정 2023/03/06 07:11:43

31일 주총 전까지 카카오·SM, '전략적 파트너' 증명 부담

"이수만이 SM에 손해 입혔더라도, 민·형사상 책임 묻는 건 별론"

[서울=뉴시스]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로고. 2023.02.23. (사진 = 카카오, S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SM의 정관이 정하고 있는 제3자 발행 사유, 즉 '긴급한 자금 조달 및 사업 확장, 전략적 제휴 등을 포함한 경영상 필요'가 없음에도 채무자의 주주가 아닌 카카오에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할 것을 의결했다. 이는 채권자(이수만 전 총괄)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 등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다."(이수만 전 총괄 측)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당시 SM에게는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 및 사업 확장'과 '긴급한 자금 조달'이라는 경영상 필요가 있었고, 위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은 경영 목적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기존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수만 전 총괄은 하이브에 그가 보유한 SM 주식 상당수를 매도했고 나머지 주식에 관해도 풋옵션을 가져 이를 매도할 예정이므로, 더 이상 최대주주로서의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가 발행된다고 해 채권자에게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다거나 그럴 우려도 없다."(SM 측)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카카오를 상대로 한 SM의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SM 현 경영진과 카카오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법원이 SM과 카카오가 맺은 전략적 제휴인 'SM 3.0'에 대해 사실상 명분을 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는 31일 예정된 '제 28회 SM 정기주주총회'에서 'SM 3.0'에 대한 가치를 증명해야 자신들이 제안한 이사들이 표심을 얻을 수 있다. SM은 앞서 카카오와 'SM 3.0'을 발표하면서 신주·전환사채 발행 계약을 한 이유로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제휴 강화"를 들었다.

6일 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SM은 새롭게 추진할 SM 3.0 사업 전략의 실현을 위해서는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로듀싱 전략 비용 3500억 원, 지식재산권(IP) 수익화 전략 비용 700억 원, 글로벌 매니지먼트/IP 제작 센터 구축 비용 500억 원, 신규 투자 전략 비용 500억 원 등을 을 합한 최소 6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플랫폼 기업 네이버가 이미 SM의 경쟁사인 하이브 및 YG엔터테인먼트와 협력 관계에 있었으므로, SM이 다른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기로 결정한 것은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법원은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했다.

하지만 법원은 '카카오 3.0'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되리라 보이는 것들(일부 사업에의 투자는 2025년이나 향후 3년 내에 시행할 것을 예정)이고, 위와 같은 금액이 당장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고, SM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 보유에 충분한 여유가 있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SM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의 배정·발행 의결 무렵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카카오에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발행해 약 2172억 규모의 자금을 반드시 긴급하게 조달하여야 할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SM이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전환한다는 공동합의사항을 발표한 지난 1월20일 무렵부터 그 산정이 구체화 된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 배정·발행 의결 당시까지 자금 수요 및 자금 조달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결국 SM이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SM 3.0이라는 새로운 사업 전략 추진을 위한 긴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 기존 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지배력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큰 제3자 배정 방식의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배정·발행하기로 한 것이 불가피한 의사결정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한 소명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SM 3.0' 투자 전략. 2023.02.23. (사진 = SM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설령 이 전 총괄이 SM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라는 영향력을 이용해 SM으로 하여금 SM 관계 회사들 등과 불리한 조건의 거래를 하게 함으로써 SM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령에 따라 이 전 총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의 제3자 배정·발행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SM과 카카오는 주총 이전까지 'SM 3.0'에 대해 다시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어떤 선택을 할 지도 관심이다. 카카오가 SM 주식 공개매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SM과 전략적 제휴가 아닌, SM 경영권 '참전'을 본격 선언하는 것이라 이전 공시 등에 대해 시장이 추가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성수 각자대표는 지난달 27일 "당사는 SM과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SM·카카오·카카오엔터)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기간에 발생한 대량 매집과 관련 금융회사들의 개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하이브는 "SM 현 경영진은 자기주식 매입을 위한 신탁계약(2022년 5월10일~2023년 5월9일)을 체결하고도 주가 하락기에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오다가 최근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동안 높은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이러한 행위는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혐의마저 있어 금감원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카카오와 SM은 이번 법원의 가처분에 대한 대응을 놓고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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