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파트너스가 SM 지배구조 문제 삼으면서 1막 시작
법원이 카카오의 SM 지분 취득에 제동 걸면서 1막 마무리
현재 하이브가 SM의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다만 우월한 자금력을 가진 카카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변곡점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해당 대전의 시발점(始發點)은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다. SM 지분 1% 안팎을 보유한 이 펀드는 지난해 3월 '제 27회 SM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SM 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했다.
SM 가치가 지배구조(거버넌스) 측면에서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총괄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도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곽준호 후보가 감사가 됐다.
이후에도 얼라인파트너스는 SM을 몰아붙였다. 그 과정에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고 이 전 총괄과 틀어지게 됐다. 이후 이 전 총괄은 SM과 라이벌 회사인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사들이고 공개매수까지 진행하면서 SM·카카오는 코너에 몰리게 됐다. 그런데 공개매수가 실패하면서 SM·카카오에게 반격의 기회가 생겼다.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취득할 수 있어 하이브와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총괄의 가처분을 인용했고 SM·카카오는 해당 지분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난처한 상황이 됐다. 여기까지가 이번 대전의 1막 요약이다.
이제 시작된 대전의 2막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카카오의 선택이다.
현재 실탄은 두둑하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중 지난달 24일 1차 납입금인 8975억원을 챙겨놨다.
하지만 금전 지출 규모가 늘어나는 건 카카오에게도 부담이다. 신주·전환사채 발행 시 SM 주식을 9만원대에 확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12만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업계에선 SM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한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는 현재 2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공개매수를 하려면 최소 13만원대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 하이브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1조원 이상은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와 지분 다툼에서 이기더라도 출혈로 '승자의 저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카카오의 다른 선택은 일단 사태를 관망하는 것이다. SM 주주명부는 이미 지난해 말 폐쇄됐다. 카카오에겐 애초 의결권이 없었다. 지난달 주식을 취득한 하이브도 오는 31일 열리는 '제28회 SM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없지만, 이 전 총괄에게 의결권을 위임 받아 주주제안을 한다.
해당 주총에서 하이브와 SM 현 경영진이 각각 내세운 이사진 선임을 위해 표대결을 벌인다. 여기서 카카오가 다각도로 SM 이사진을 지원한 뒤 천천히 자신들의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내년 주총까지 하이브를 긴장하게 만들면서 후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브는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등 7인의 이사와 1명의 감사 후보군을 제안했다. SM 현 경영진은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11명을 추천했다.
주주제안 캠페인 홈페이지를 연 하이브는 경영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낸 SM 현 경영진은 SM 레거시와 아티스트 존중을 호소하고 있다. SM 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액주주 운동도 기대하고 있다. 주총 전까지 양 측의 극심한 여론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M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60% 이상이라 이들의 표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카카오가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IT 플랫폼에서 K팝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카카오가 마지막까지 사활을 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사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현재 카카오가 협력해 K팝 업계에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SM뿐이다. 다른 K팝 업계 거물인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거물인 YG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네이버 동맹에 포함돼 있다.
앞서 하이브가 카카오가 경영권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협업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지만, 이미 하이브가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와 손 잡은 만큼 이 역시 고르기 힘든 선택지다. 카카오가 이번 결정에 불복하는 등 또 다른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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