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년 취임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내년까지 시스템 안정 기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사이클 선수가 그런 얘기를 해요. 경기 중 동료 선수가 등에 손을 얹고 살짝 밀어주는 게 그렇게 큰 힘이 된다고요. 진흥원이 출판계에 역할을 한다면 바로 그런 '밀어주는 손'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뉴시스와 만난 김준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은 "출판진흥원은 공공기관으로서 대립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옳고 그른 게 아니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를 뿐이에요. 출판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 그 취지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정가제부터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공공대출보상제 등 출판계에서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새로운 사업으로 '그림책 대상' 신설을 추진한다.
2021년 12월 원장으로 취임해 1년 간 진흥원을 이끌어 온 그는 "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해 한국출판인회의 등 다양한 단체와 유통·출판사·저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는 출판 산업에서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그 중 반영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다.
◆'올해의 그림책 대상' 추진..."총상금 1억 원...9월 시상 목표"
'올해의 그림책 대상'(가제)은 김 원장이 꼽은 올해 출판진흥원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한국 그림책 작가를 대상으로 총 상금 규모도 1억 원인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9월 시상을 목표로 현재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기획 중이다."
김 원장은 그림책 대상 또한 "밀어주는 손"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그간 쌓아놓은 토대가 탄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수지, 백희나 작가 등 세계적인 상을 받는 작가들이 탄생했다"며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에 지원의 손길을 약간 더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그림책이 한국 책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교적 번역이 쉽고 경쟁력이 있는 그림책이 해외에 소개되고 한국의 그림책 대상이 명성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다른 책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커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림책 대상과 함께 출판진흥원의 대표적인 사업은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다. 출판사와 서점들의 사용률이 떨어져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출판전산망 사업에 대해 김 원장은 본인의 임기인 2024년까지 시스템이 출판계에 안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유는 특히 "지역서점 활성화"에 있다. 김 원장은 "지역의 작은 서점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큐레이션에 있다"며 "이러한 큐레이션을 위해 필요한 것이 전산망에 올라오는 서지정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출판진흥원은 지난해 12월 지역서점과 도서관을 위한 서비스를 신설하고 저자가 판매 부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비스 개편을 마쳤다.
"서지정보를 바탕으로 서점들은 어떤 책을 서점에 비치하면 좋을지 고를 수 있고 또 서점에서 어떤 책이 팔렸는지 전산망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어떤 책이 특정 지역, 성별에게 인기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러한 출판 생태계가 구축되면 분명 작은 출판사와 서점에는 큰 도움이 될겁니다."
◆효율성보다 공정성...공공기관 한계 아쉬움
지난 1년의 임기 동안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웅진씽크빅 대표이사, 능률교육 대표이사, 바른경영아카데미 대표 등을 역임한 그는 처음으로 공공기관장을 맡으며 "공공기관으로서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느꼈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한계는 "효율성보다 공정성"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기관이 공정성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요. 정부 예산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니 잘했다는 칭잔보다는 잘못 썼다는 비판이 더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거죠."
정해진 예산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유연한 운영이 어렵고 민간기업과 같이 과감한 결정이나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그가 미흡하다고 여기는 영역은 "출판 생태계의 약한 고리"다. 장애인 독자나 중장년층 독자 등 출판계에서 소외된 이들이다. 김 원장은 "(이러한 독자들에 대한) 정책이 구색 갖추기에 가까운 경우가 있다고 솔직히 인정한다"며 "이러한 부분은 국정감사나 대중적인 관심이 모일 때 변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출판산업이 어려워지며 출판계가 위기라고 하지만 김 원장은 "분명히 위기지만 이를 극복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좋은 텍스트와 이를 담을 적합한 매체만 있다면 출판은 언제나 살아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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