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 "상무관, 광주시민 통곡 장소…작품으로 의미"
복원위 "작가, 사적지 등 공적공간 활용 약속 지켜야"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에게 헌정하는 설치 미술작품 '검은 비(碑)' 존치 논란이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토론회가 열렸다.
광주시는 28일 오후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검은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어 지역 사회의 의견을 들었다.
작품 철거와 존치를 두고 갈리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회다.
발제자인 작가 주홍씨는 "광주에는 통곡의 장소가 필요하다. 상무관은 시민들이 통곡할 수 있는 씻김의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작품이 설치된 상무관에 의미를 부여했다.
"직접 작품을 보지 않은 시민들은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작품을 시민들이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관리 당사자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상무관 개방부터 해야한다"며 "후손에 남길 명작을 파기하는 일을 (상무관) 복원이라고 할 수 없다"며 작품 존치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규모가 거대한 탓에 옮기는 순간 훼손될 것"이라며 "정영창 작가는 작품이 옮겨지는 순간 작품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열어 '광주 정신이 불타도록 방치했다'고 주장하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칠 옛전남도청 범시도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검은비의 작품성과 미학적 가치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상무관 복원이 우선"이라며 작품 이전을 촉구했다.
"존치를 주장하는 측은 작품 가치와 예술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반면 이전·철거 측의 입장은 사적지 등 공적 공간 활용에 대한 약속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이 처음 설치된 계기였던 상무관 프로젝트는 당시 5·18 행사위원회, 광주시, ACC라는 공익적 기관의 공적 체계가 가동돼 진행된 것"이라며 "규정에 의한 약속 이행을 담보로 성사된 결과인 검은비의 상무관 내 한시적 전시는 종료 후 회수 또는 철거가 전제된 것"이라고 짚었다.
또 "작품 존치가 목적이었더라면 처음부터 작가 측에서 의사를 분명히 했었어야 했다"며 "작품 전시를 4차례 연장하는 동안 침묵하다 갑자기 존치 의사를 밝히는 것은 기관과 유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은 비'는 가로 8.5m, 세로 2.5m 규모의 대형 나무 패널에 검은 유화 물감을 칠한 쌀을 붙인 설치작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 정영창이 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아 제작, 5·18 사적지 5-3호인 상무관에 설치했다.
지난 2018년 5월 옛 전남도청 개방과 맞물려 처음 선보였으나 현재 원형복원 공사를 앞두고 폐쇄된 상무관에 작품이 그대로 남아있다.
광주시 등은 여러 차례 전시 기한을 연장했고 옛 전남도청과 상무관 복원 착공이 임박한 만큼 더 이상 철거·이전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예술계는 작품의 의미를 강조하며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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