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부동산 경기 침체…이자 부담에 투자 수요 '뚝'
"과잉 공급 악재"…2021년 1282곳서 지난해 1464곳으로 ↑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나와도 문의가 없어요."
지난 27일 경기도 하남시의 한 지식산업센터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뉴시스 취재진에게 "지난해 11월 입주가 끝났지만, 현재 공실률이 70%가 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초 분양가 대비 1억원을 낮췄는데도, 매매는커녕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며 "상대적으로 대출 비중이 높은 지식산업센터 특성상 금리가 급등하면서 수요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한 때 아파트 규제로 반사이익을 누리던 지식산업센터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며 투자자들이 몰리고, 분양가가 치솟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식산업센터는 중과 기준인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전매 제한이 없다. 또 최대 80%까지 대출이 나오면서 집값 상승기 때 투자 광풍이 불었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 때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로 투자 수요가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옮겨가면서 대체 투자처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양가보다 저렴한 이른바 '마피'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이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서 지식산업센터 분양시장의 상황이 달라졌다.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11월 기준) 지식산업센터 매매 건수는 60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040건) 대비 41.6% 감소했다. 누적 매매 금액은 전년보다 30.2% 감소한 5515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 거래량을 살펴보면 지난해 4월에 월 98건이 거래됐다. 이후 5월에 75건으로 줄더니, 7월에 27건, 10월에는 13건에 불과했다. 금리가 급등한 7월을 기점으로 매매가의 70~80%까지 대출을 받아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하려된 소액 투자자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마피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양주 옥정의 한 지식산업센터(전용면적 96㎡)의 분양가 3억9000만원이었으나, 현재 호가는 2억9000만원에서 3억5000만원 사이에 형성됐다. 경기 하남의 한 지식산업센터(전용면적 76㎡)는 지난해 2억9000만원에 분양했지만, 현재 호가는 1억8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으로 1억원 가량 하락했다.
과잉 공급도 악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지난 2021년 1282곳이 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64곳으로 증가했다. 이 중 일부는 공사를 마치고도 입주자를 찾지 못해 공실로 남은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 하남과 시흥시 등 서울 외곽지역의 공실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식산업센터 경매 낙찰가율이 하락했다.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지식산업센터 낙찰가율은 76.3%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98.9%) 대비 22.6%p(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평균 낙찰가율이 86.9%로, ▲1월(98.9%) ▲4월(99.8%) ▲7월(92.7%) ▲8월(90.2%) ▲11월(90.6%) 등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61.7%로 급락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낙찰률과 평균 응찰자 수도 하락세다. 지난달 지식산업센터 낙찰률은 31.7%로, 지난해 월평균(44.8%)를 크게 못 미친다. 또 평균 응찰자 수도 작년 월평균 4.6명에서 지난달 1.7명으로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로 지식산업센터를 향한 투자 수요 감소하면서 당분간 거래량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식산업센터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고금리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식산업센터 등 투자용 부동산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며 "서울 외곽지역에 지식산업센터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과잉 공급됐고, 수요가 없다보니 가격이 하락하고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용 부동산 상품이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외면받고 있다"며 "고금리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가격 하락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턱대고 분양받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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