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티앤씨 김치형 대표, 스판덱스PU장 겸임
원래 PU장은 상무급, 대표가 이례적으로 맡아
'글로벌 1위' 스판덱스 사업 중요성 반영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부진했던 스판덱스 사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이사에게 스판덱스 사업을 직접 맡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 내 손꼽히는 글로벌 1위 제품인 스판덱스 매출을 확대해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삼겠다는 조 회장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효성그룹 내에서 대표이사가 특정 사업부문장을 겸임하는 것은 흔치 않다. 스판덱스는 섬유 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는데 신축을 요구하는 모든 의류에 쓰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최근 임원업무 분장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 인사에는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이사가 스판덱스 PU(Performance Unit, 퍼포먼스 유닛)장을 겸임하는 내용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효성티앤씨의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김치형 대표가 개별 PU장을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효성티앤씨 사업은 크게 '섬유 PG'(Performance Group, 사업부문)와 '무역 PG'로 나뉜다. PU는 이 양대 PG 산하에 수많은 조직 중 하나다. 예컨대 섬유 PG 산하에는 ▲스판덱스 PU ▲나이론·폴리에스터원사 PU ▲직물·염색 PU 등 다양한 PU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가 PG의 산하 조직인 PU장을 직접 지휘하는 것은 마치 사단장이 연대장을 겸임하는 식의 파격으로 읽힌다. 통상 효성티앤씨 PU장은 전무급이나 상무급이 맡아왔다.
이런 파격 인사가 나온 배경은 조현준 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그룹 회장이자 김치형 대표와 함께 효성티앤씨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때문에 효성티앤씨 경영 전반에 조 회장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스판덱스 PU장으로 겸임시킨 것은 효성티앤씨 입장에선 그만큼 스판덱스 사업이 핵심 사업임을 방증하기도 한다.
스판덱스는 타이어코드, 안전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사와 함께 효성그룹이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는 간판 제품이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원사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를 웃돈다. 효성티앤씨 매출에서 스판덱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달할 정도다. 섬유 PG 내 일개 사업부이지만, 사실상 효성티앤씨 매출을 좌우하는 중추 역할을 맡는다.
스판덱스 PU장으로 김치형 대표를 앉힌 것은 스판덱스가 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이라는 이유도 깔려 있다.
스판덱스는 시황에 따라 다소 변화가 있지만 의류 산업 성장과 함께 수요가 계속 증가세다. 특히 애슬레저 트렌드에서 비롯된 캐쥬얼웨어와 스포츠웨어 수요가 급증한 것은 스판덱스 성장세를 담보하고 있다.
스판덱스 강화 드라이브는 지난해 효성티앤씨 사업 부진과도 연관이 있다. 효성티앤씨는 작년 매출 8조8827억원, 영업이익 1235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매출은 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1.3% 급감한 것이다.
이같은 부진은 스판덱스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게 주 원인이다. 섬유 산업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는 수영복, 스타킹, 여성 속옷 등 신축을 요구하는 모든 의류에 사용되는데,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 수요가 급감했다.
하지만 효성티앤씨는 이번 조직 개편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대표이사 겸직은 효성 계열사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스판덱스 부진에 대해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과 중국 봉쇄정책이 맞물려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물량 증가로 스판덱스 수익성이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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