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5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발표
에듀테크 업체 "준비된 기업, 개발 선도해야"
고교 교사 "학교 Wi-Fi도 끊기는데…아직 일러"
교원단체 "맞춤형 교육, AI 아닌 교사 늘려야"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교육부가 2년 뒤부터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디지털교과서를 일부 수업에 도입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기술적인 준비는 돼 있지만 학교현장 안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의 핵심은 'AI 디지털교과서'다. 기존 디지털교과서에 AI를 더해 학생별 수준 측정과 그에 따른 학습방향 제시까지 가능케 하겠다는 구상이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주어지는 시간은 개발 지침이 발표되는 오는 8월부터 약 10개월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발 후 제출 시한은 이듬해(2024년) 5월까지로 보고 있다"며 "현장 의견 수렴 과정에서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정된 시간에도 에듀테크 업계에서는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곽덕훈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은 "AI가 학생의 수준과 필요한 학습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서비스는 이미 상용화돼 있다"며 "교육 콘텐츠와 기술력을 두루 갖춘 기업은 현재 개인 맞춤형인 에듀테크 서비스를 공공·대중화된 버전으로 재구조화만 하면 되기 때문에 충분히 AI 디지털교과서를 시간에 맞춰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곽 부회장은 "기술력이 부족한 교과서 발행사나 콘텐츠가 부족한 에듀테크 기업의 경우 수익 배분 등 문제가 있어 공동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업은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이미 준비가 갖춰진 기업들이 선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된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과목과 일반선택과목 수업에 우선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가 적용될 수학·영어·정보 등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40%에 대한 연수를 내년까지 마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무선 인터넷망(Wi-Fi)과 같은 기본 하드웨어조차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태블릿PC를 활용한 수업을 자주 한다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아무리 공사를 많이 해도 Wi-Fi가 자주 끊긴다"며 "태블릿PC를 집에 가지고 가게 할 수도 없는데 충전기는 반에 2개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당장 2년 뒤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는 시점에 대해서는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교사들은 준비가 덜 됐을 것 같아서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며 "연수도 새로운 업무 부담으로 느껴진다"고 밝혔다.
교원단체에서는 맞춤형 교육을 하려면 AI가 아닌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 오후 낸 논평에서 "디지털, AI 만능주의로는 학교를 바꿀 수 없다"며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읽는 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확보를 통한 교육여건 개선"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AI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보다는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살피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20명 이하 교실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구덕회 서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학계와 업계에 설득하고 싶고 전면 확산을 원한다면 최소한 샘플(표본)을 보여줘야 한다"며 "직접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샘플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림만 그린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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