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전원일치로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징역 7년 이상' 위헌"(종합)

기사등록 2023/02/23 15:01:21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징역 7년~무기징역

작량감경해도 집행유예 선고 불가능해져

헌재 "경미한 경우 엄하게 처벌하면 안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헌법재판소. 2023.02.09. bluesda@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박현준 기자 = 주거에 침입해 상대방을 강제로 추행한 경우 '징역 7년~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선고기일을 열고 전주지법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으로 결정했다.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은 주거침입자가 강제추행 혹은 준강제추행(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 등)을 저지를 경우를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형량을 징역 7년~무기징역으로 정하고 있다.

A씨는 2020년 5월22일 오전 전주시 소재 B씨의 집에 들어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인 A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성폭력처벌법 상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제3조 제1항)가 적용됐다.

A씨는 법원에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다. 주거침입준강제추행의 경우 법정형이 징역 7년~무기징역이기 때문에 처벌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인용해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은 주거침입강제추행과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에 적용된다.

헌재는 "법정형의 상한을 무기징역으로 높게 규정함으로써 불법과 책임이 중대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해 경미한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경우까지 모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주거침입은 개방돼 있는 건조물이지만 관리자의 묵시적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경우도 포함되는 등 행위 유형의 범위가 넓다"며 "주거침입과 강제추행, 준강제추행죄는 모두 행위 유형이 다양한데, 법정형의 폭은 개별적으로 각 행위의 불법성에 맞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7년으로 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게 한 것이 과도하다고 봤다. 판사는 감경 사유가 있자면 법정형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작량감경). 법정형 하한이 7년이 되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 집행유예는 유예할 형이 징역 3년을 넘겨서는 안 된다.

성폭력처벌법이 2020년 5월 개정되면서 주거침입강제추행 혹은 주거침입준강제추행의 법정형은 '징역 5년~무기징역'에서 '징역 7년~무기징역'으로 상향됐다.

헌재는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주거침입강제추행, 주거침입준강제추행의 법정형(징역 5년~무기징역)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때 판사가 작량감경할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근거가 됐다.

이선애 재판관은 별개의견에서 "입법 과정에서 형법체계상 균형과 직결되는 법정형의 하한에 대한 다른 성폭력범죄와의 비교에 관해, 죄질이 다른 성폭력범죄와의 혼동으로 인해 그 심의를 누락한채 성폭력범죄의 체계상 균형을 범행 주체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으로 의결했다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날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범의 준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징역 7년~무기징역으로 정한 것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단순 주거침입에 비해 범행의 동기와 정황이 제한적이고, 비난가능성도 현저히 크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날 헌재 선고와 관련해 "주거침입강제추행, 주거침입준강제추행이 적용된 사건은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죄의 경합범으로 (공소장을 변경해) 처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즉, 현재 재판 중인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주거침입과 (준)강제추행을 별도로 적용하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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