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온기·금리 냉기'에 갈팡질팡…안갯속 집값 어디로

기사등록 2023/02/20 15:22:01 최종수정 2023/02/20 16:55:48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 4주째 확대·축소 반복

정부 규제 완화 발표 이후 하락폭 소폭 축소

서울 거래량 1300건 넘어…8개월 만에 최다

추격매수세 약해 반등 기대 이르단 분석 지배적

"하락폭 축소로 시장 반등 논하는 것 시기상조"

"정책완화 온기 보다 금리상승 냉기가 큰 시기"

"금리인하 신호 나타나면 시장 활황으로 바뀔 것"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연간 22.09% 떨어졌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3.02.1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폭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고 있어 향후 주택시장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잇따라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여전한 금리 부담과 미분양 확산 등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만한 요인이 쌓여 있어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국면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1월 넷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0.31%, -0.25%, -0.31%, -0.28% 등 상승폭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 수요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를 나타내는 매매수급지수는 같은 기간 66.0, 66.5, 66.0, 66.4 등으로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위기에 당분간 높은 금리가 불가피해 부동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규제, 재건축 규제, 청약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을 계기로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말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은 후 서울에서는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노·도·강(노원·도봉· 강북구) 거래가 늘어나고, 재건축 규제 완화 이후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도 성남시 분당, 경기도 고양시 일산 등 노후 단지가 많은 지역의 주택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달 20일 계약 기준 총 1317건으로 지난해 5월(1737건) 이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아직 월말까지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1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거래량 증가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까지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지난달 회의에서 3명의 금통위원이 3.5% 수준에 도달한 후 영향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하면서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소위 '금리 정점론'이 부상했다.

은행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4.63%로 전월(4.74%)보다 0.11%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4월부터 상승세를 이어오다 8개월(11월) 만에 하락 전환한 후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도 연초 8%에서 6% 낮아졌으며, NH농협은행은 지난 20일부터 주담대 변동형 금리를 0.8% 내렸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A 공인중개 대표는 "규제 완화로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꾼 데다 우리나라 금리는 거의 상단을 찍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금리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거래가 늘어난 노·도·강 지역에선 급매가 소진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모습도 포착된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진한화그랑빌' 전용면적 84㎡ 지난 1월 6억8000만원(15층)·7억원(20층)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현재 7억원대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그랑빌 인근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 완화가 잇따라 발표된 후 급매가 속속 거래되면서 분위가 바뀌었다"며 "7억원에 내놨던 집주인은 호가를 8억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일 올해 첫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4.75%로 올랐으며 시장에선 추가로 세 차례 연속 올려 금리 상단이 5.5%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한은이 미국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서는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는 매수자와 낮은 가격에 팔고 싶지 않은 매도자 사이의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C 공인중개 대표는 "정부 규제 완화를 신호로 움직이는 분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 수요자들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어 아직 거래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 하락폭 축소는 고점 대비 수억원 내린 급매물이 소화되는 것으로 매수세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매물 소진 후 시세 하한가가 소폭 오를 수 있지만 수요자들이 추격매수를 자제하면서 가격 반등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또한 집값 고평가 인식과 이자 부담, 강남권 입주 여파에 따른 전셋값 하락도 매매가격 반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견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 시장은 여전히 수요자들이 고금리 부담에 있고 미분양이 늘어나는 국면에 있는 데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있어 매수세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지금 집값이 바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도 "최근 정부 규제 완화와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일부 지역에선 반등 기대감이 생겼지만 2월 부터 시작될 서울 강남권발 입주 물량 증가와 역전세난 심화로 집값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서울 거래량 증가도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배상영 연구원은 "최근 나타나는 하락폭 축소로 시장 반등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잇따른 정책완화에 따른 온기보다는 금리상승의 냉기가 더 큰 시기로, 누적된 금리 상승의 영향이 온전히 시장에 반영되지 않아 당분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해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으로 얼어붙었던 만큼 기준금리 동결은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정부의 1·3대책 이후 노원구와 송파구, 강동구 등에서 거래가 많이 늘었다"며 "금리 인하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시장은 본격적으로 활황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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