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소식 이어 '폭식' 영상 시청자↑
라면·치킨 먹고 '나는 왜이럴까' 자책감 표현
"하고 싶은말 대신 해주는 듯"…공감대 형성
【서울=뉴시스】강운지 인턴 기자 = '브이로그(Vlog)'란 일상생활을 카메라로 찍고 일기 형식으로 편집한 후 인터넷에 올린 영상을 의미한다. 특히 식사 영상 등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이 높은 콘텐츠의 인기가 많다.
식생활 관련 브이로그에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다이어트나 절식에 관련된 브이로그는 여성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얻고 있는 분야다. 그중 '먹뱉(먹고 뱉기)' '먹토(먹고 토하기)'를 하는 등 일견 극단적인 식습관을 보여주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몇 개월 새 유튜브에 부쩍 늘어난 키워드는 바로 '폭식'이다. 폭식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을 기록한 브이로그를 올리는 것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폭식증 브이로그' '폭식 브이로그'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이 나열된다. '먹어도 안 먹어도 우울하다' '폭식하고 울다가 잠들었다' '이렇게 살면 인생 망한다' 등 부정적인 문구의 제목이 눈에 띈다.
영상의 내용은 폭식증을 앓는 사람들이 하루 동안 먹는 음식을 전부 기록하거나, 폭식 후 복통에 시달리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몸무게를 재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최소 10만회, 최대 1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유튜버 '방진이'는 첫 영상에서 '우울과 외로움을 폭식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극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쁜 식습관을 기록하며 변화하고 싶어서 (유튜브를)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면, 치킨, 쌀밥, 김, 봉지 과자 등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메뉴 2~3인분가량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5~10인분의 음식을 단숨에 먹어 치우는 직업 먹방 유튜버들의 영상보다 현실감이 높다. 폭식을 하면서 '나는 왜 이럴까' '살이 찌니 옷도 안 사고 안 꾸민다. 속상해서 또 먹는다' 등의 자책성 발언을 자막으로 넣는 점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이런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폭식 장면을 보여주는 브이로거가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과식을 자제하지 못하는 데서 온 우울감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에)많은 구독자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우리네 삶도 별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아 더 공감이 간다"고 전했다. 또 "용기 있게 고백해줘서 고맙다" "눈물이 난다. 행복하길 바란다" "과거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등 위로를 전하는 댓글 수백 개가 달리기도 했다.
유튜버 '칙칙폭식'의 영상에서도 "나도 예전에 폭식을 했었다. 자막 하나하나가 공감된다" "나만 빼고 다들 다이어트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다 똑같이 힘들고 못 참아 하는 걸 깨달았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또 "영상을 보면서 폭식증에 시달리는 것을 위로받았고, 그 결과 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댓글도 있었다. 칙칙폭식은 "내 영상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줬다니 너무 기쁘다. 나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일각에서는 먹뱉, 먹토, 거식, 폭식 등 비정상적인 식습관을 보여주는 영상물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브이로그가 식이장애를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과 긍정적인 정서 교감을 나누는 매개가 된다'는 반론도 있다. 댓글 창이 커뮤니티 기능을 하면서 폭식증을 극복하는 사람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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