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본격화…교육청·시의회 대립 불 보듯

기사등록 2023/02/16 11:21:10 최종수정 2023/02/16 11:23:46

'조례 폐지' 주민조례청구, 14일 시의회 수리

빠르면 이달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발의 전망

조희연 "과거로 돌아갈 순 없어…시대적 흐름"

진보단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부결시켜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제315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에서 김현기 의장이 안건 의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02.1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 청구를 서울시의회가 받아들이면서, 이를 심사하는 과정 속 서울시교육청 및 진보 교육계와의 상당한 대립이 예상된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의회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청구를 지난 14일 수리했다.

시의회는 지난해 8월 제출된 6만4347명의 청구인 명부 중 4만4856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돼 시의회 조례상 주민조례 청구 요건인 2만5000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시의회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월 주민조례발안법 시행 후 서울에서 주민조례 청구가 제기돼 수리된 첫 사례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시의회는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하고 1년 안에 심사해야 한다. 빠르면 이달 2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열리는 제136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폐지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6기 학생인권위원회 위촉식 및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3.02.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과 진보 교육계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학생인권조례는 과거 학생 인권 신장의 흐름 속 학생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진됐다. 2010년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 주도로 처음 제정된 후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2014년 교육감 선거 이후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며 진보교육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제정돼 올해로 12년째 시행 중이다. 학생이 성별·나이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생활의 자유와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권침해 사례가 논란이 될 때마다 보수 진영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흉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다 최근 최근 서울·경기·충남·전북 등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 교육계는 학생인권조례 지키키에 나섰다. 초선 임기 때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일(1월26일)을 '학생인권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해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조례 폐지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은 큰 시대적 흐름이며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학생들이 글로벌한 인권 감수성을 내재화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했으면 한다"며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잘못된 비판이 있는데, 학생인권은 학생인권대로 가고 추락했다고 비판받는 교권은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온전히 지켜지지 못하는 학생인권을 어떻게 개선할지 모색하기도 바쁜 판국에, 조례 폐지나 개악을 논하고 있는 게 답답할 따름"이라며 "시의회가 민주주의와 인권과 교육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념이 있다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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