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폐지' 주민조례청구, 14일 시의회 수리
빠르면 이달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발의 전망
조희연 "과거로 돌아갈 순 없어…시대적 흐름"
진보단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부결시켜야"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 청구를 서울시의회가 받아들이면서, 이를 심사하는 과정 속 서울시교육청 및 진보 교육계와의 상당한 대립이 예상된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의회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청구를 지난 14일 수리했다.
시의회는 지난해 8월 제출된 6만4347명의 청구인 명부 중 4만4856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돼 시의회 조례상 주민조례 청구 요건인 2만5000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시의회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1월 주민조례발안법 시행 후 서울에서 주민조례 청구가 제기돼 수리된 첫 사례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시의회는 청구를 수리한 날부터 30일 이내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하고 1년 안에 심사해야 한다. 빠르면 이달 20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열리는 제136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 폐지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과 진보 교육계의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학생인권조례는 과거 학생 인권 신장의 흐름 속 학생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진됐다. 2010년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 주도로 처음 제정된 후 전국으로 확산됐으며, 2014년 교육감 선거 이후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며 진보교육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2012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 제정돼 올해로 12년째 시행 중이다. 학생이 성별·나이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생활의 자유와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권침해 사례가 논란이 될 때마다 보수 진영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원흉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다 최근 최근 서울·경기·충남·전북 등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 교육계는 학생인권조례 지키키에 나섰다. 초선 임기 때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일(1월26일)을 '학생인권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해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조례 폐지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인권은 큰 시대적 흐름이며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학생들이 글로벌한 인권 감수성을 내재화한 세계시민으로 성장했으면 한다"며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잘못된 비판이 있는데, 학생인권은 학생인권대로 가고 추락했다고 비판받는 교권은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진보성향 시민단체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온전히 지켜지지 못하는 학생인권을 어떻게 개선할지 모색하기도 바쁜 판국에, 조례 폐지나 개악을 논하고 있는 게 답답할 따름"이라며 "시의회가 민주주의와 인권과 교육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념이 있다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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