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고법에 상고장 제출…상고이유서는 아직
검찰, 상고이유서 제출하면 확인 뒤 답변서 낼 예정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한국 절도단이 훔쳐 국내로 들여온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간논지)에 있다는 판결이 나온 가운데 불상에 대한 소유권이 대법원에서 결정된다.
10일 지역 법조계에 따르면 원고인 부석사 측 변호인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이날 대전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다만 검찰 측은 부석사 측의 상고이유서를 확인한 뒤 이에 대해 답변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의 불상으로 고려시대인 1330년께 고려 충선왕 즉위일에 맞춰 당시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으며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10월 문화재 절도단 9명은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보관 중이던 이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반입했고 불상을 22억원에 처분을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현재 불상은 대전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중이다.
부석사는 해당 불상이 왜구가 고려를 침탈했을 때 약탈당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소유자인 부석사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유체동산인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심리했던 대전지법 제12민사부는 지난 2016년 6월 첫 변론기일을 시작, 이듬해인 2017년 1월 26일 부석사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 정부를 대변한 검찰은 해당 불상과 결연문의 위작 가능성을 제시했고 현재 서산에 있는 부석사가 과거 고려시대에 존재했던 서주 부석사인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해당 불상과 결연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탄소 연대측정을 실시했고 그 결과 불상이 1330년대 제작된 진품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항소 이유가 사라지면서 재판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관음사가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재판에 참가하면서 항소심 재판이 길어지게 됐다.
특히 관음사 측은 현재 법적인 의미에서 불상의 소유권 성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관음사는 법인이 설립된 1953년부터 소유 의사를 갖고 공공연하게 불상을 소유해 왔기 때문에 취득시효가 적용되고 절도단이 불법적으로 한국에 반입했다는 취지로 소유권을 주장했다.
이에 부석사 측은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불상을 관음사가 불상을 적법하게 취득했는지 뒷받침할 증거 자료가 없고 왜구에 의해 약탈된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인정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약 7년의 심리를 마친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박선준)는 지난 1일 오후 315호 법정에서 부석사 승소 판결을 내린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해당 불상이 지난 1330년 고려 서주 부석사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현재 존재하는 부석사가 과거 고려시대에 있던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 단체로 연속성을 갖고 유지됐다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관음사가 불상의 소유권을 양수받아 취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 양수받아 취득했는지 아무런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약탈해 불법 반출한 정황이 존재해 양수해 소유권을 취득했다는 주장은 살필 이유가 없다고 봤다.
다만 박 판사는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으로 지정된 일본국 민법에 의하면 관음사가 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 1월 26일부터 20년이 지난 1973년 1월 26일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라며 “일본국 민법에는 20년 동안 소유 의사를 갖고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경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불상이 불법으로 반출된 것이더라도 취득시효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일본국 민법이 아닌 우리나라 민법을 적용해도 마찬가지”라며 “원고가 주장하는 문화재보호법과 유네스코 협약 등은 사건 불상에 대해 취득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해야 하는 민사소송에서 국외 반출된 문화재 환수에 관한 논의는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라며 “이 사건과 별개로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이념 및 문화재 환수에 관한 협약 등 취지를 고려해 불상 반환 문제를 다룰 필요는 있다”라고 덧붙였다.
선고가 끝난 뒤 부석사 전 주지스님인 원우 스님은 “아쉬움이 많이 남고 용기 있는 판사가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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