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청약 진행 11개 단지 중 9곳 1순위 '미달'
청약 수요 많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 외면
미분양 증가→건설사 도산→금융권 부실 도화
지방 미분양 해소 위해 세제 혜택 등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분양시장의 한파가 심상치 않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5만8000가구로, 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차오른 데다, 지방 미분양 사태가 서울·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유망 단지는 물론 대기업 브랜드도 얼어붙은 분양시장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있고,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에도 분양시장 한파가 이어지자, 일부 단지는 할인분양과 중도금 무이자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며 미분양 물량 해소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새해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분양 성적이 저조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11개 단지 중 1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선 단지는 3곳에 불과하다. 아파트 10곳 중 7곳이 한 자릿수 경쟁률도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청약 접수를 받은 아파트의 1·2순위 경쟁률을 조회한 결과 11개 단지 중 72.7%인 8곳이 1대 1을 밑돌았다. 1순위 기준으로는 81.8%인 9곳이 미달됐다.
1순위 기준으로 충남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80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해 0.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인천 미추홀구 '인천석정 한신더휴'는 139가구 모집에 17명, 인천 연수구 '송도역 경남아너스빌'은 94가구 모집에 20명이 접수했다.
상대적으로 청약 수요가 많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마저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대구 동구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은 478가구 모집에 28명이 접수해 0.0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구 핵심 생활권인 지하철 대구역과 범어역 사이에 위치하고, 수성구 학원가 통학이 가능한 입지에 주택 선호도가 높은 현대건설의 '힐스테이' 브랜드가 적용됐는데도 맥을 못 췄다.
또 DL이앤씨가 경기 안양시 덕현지구를 재개발하는 '평촌 센텀퍼스트'는 총 1150가구 모집에 350명이 신청해 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안양시에서 주거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호계동에 단지가 들어서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분양 성적이다.
전국에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만1000가구가 급증했다. 지난 2021년 12월 말(1만7710가구)와 비교해 3.3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정부가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6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마저 줄줄이 미분양 수렁에 빠지면서 건설업계는 연초 내놓았던 공급 계획을 철회하거나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공급 시기를 미루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의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분양 일정을 연기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취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 혜택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실물 경기 위축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분양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미분양이 확대되면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이 지연되고, 담보 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져 대출 채권의 건전성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미분양 해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세제 혜택을 늘리는 것"이라며 "지방 미분양 주택을 취득할 때 주택 소유와 관계없이 취득세를 일반세율로 적용하거나 큰 폭으로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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