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에 초비상…"아이 방 빼고 다 껐어요"

기사등록 2023/01/26 16:59:55 최종수정 2023/01/26 17:08:52

"할머니 혼자 난방 틀었다며 죄송해 해"

'퐁당퐁당' 한파 이어져…다음 달이 더 걱정

웃풍 막기 위해 방한커튼, 중문 설치하기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북극발 한파가 이어지면서 전력수요가 치솟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5일 3시 기준 전력수요는 82.1GW(기가와트)로 기록됐다. 이후 소폭 감소하며 80GW대를 유지하고 있다. 26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전력량계의 모습. 2023.01.2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둔 이운호(37)씨는 46만원이 찍힌 12월분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 든 이후 아이가 생활하는 안방을 제외하고 다른 방의 난방을 모두 껐다. 관리비 고지서에 찍힌 난방비는 1년 전보다 20만원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씨는 아이에게 양말이 달린 옷을 입히고 방한 커튼을 사는 등 난방비를 절약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지난해 가스비가 4차례 연이어 인상된 가운데 최근 한파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난방비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설 연휴 말미 밀려온 '최강 한파'는 지나갔지만 당분간 추워졌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는 '퐁당퐁당' 추위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난방비 부담으로 인한 불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씨처럼 어린 자녀가 있거나 고령의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는 실내 온도를 낮추기가 어려워 난방비 폭탄의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할머니를 포함한 5명의 가족이 함께 사는 김민우(29)씨는 "최근 할머니가 집이 너무 춥다며 가족이 모두 외출한 동안에 난방을 켰는데, 할머니가 미안해했다"며 "할머니가 난방을 펑펑 틀었으면 싶다가도 난방비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난방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1인 가구도 갑자기 부쩍 올라간 난방비를 실감 중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혼자 사는 이요환(31)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난방비가 5만원이 더 나와 12만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았다. 이씨는 "겨울이 지날 때까지 한 달만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집에서 등산 양말에 내복까지 입고 있다"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정부가 사회적 배려대상자의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취사·난방용 도시가스 요금 할인 한도를 50% 늘린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가 우편함에 꽃힌 도시가스 지로영수증. 2023.01.12. kch0523@newsis.com

전날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17.3도까지 내려가는 등 이달에도 한파가 기승을 부리다보니, 내달 고지서가 벌써부터 걱정이라는 이들도 많다.

다행히 설 연휴 말미 밀려온 '최강 한파'는 지나갔으나 당분간 추워졌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는 '퐁당퐁당' 추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보다 다소 풀렸던 날씨는 중국의 대륙고기압이 다시 확장, 그 북서쪽 사면을 타고 찬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내려오면서 또 다시 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주승(33)씨는 "12월보다 1월달에 난방을 더 썼다"며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에 접어든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많이 나오면 앞으로 난방비는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김진수(41)씨는 "관리비가 50만원이 넘는 것은 처음이다"며 "앞으로 오를 가스비가 걱정돼서 차라리 웃풍이 안 들어오게 중문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으로 구성되는 난방비를 지난해 큰 폭으로 올렸다. 정부는 도시가스요금을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서 1MJ(메가줄)당 5.47원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65.23원이었던 열요금을 지난해 10월 89.88원으로 오르며 8개월 만에 총 37.8%를 인상했다.

도시가스와 함께 난방의 한 축인 전기요금도 계속해서 오름세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세 차례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올렸고 이번 달에도 13.1원 추가 인상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망 애로 요인 때문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며 "우리는 대부분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어 폭등한 에너지 가격이 국내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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