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책임 공방 놓고 충돌
민주, 우려 앞세워 尹정부 안보실정 지적
국민의힘, 文정부 시절 거론하며 반박 맞서
참석자·자료 제출 놓고 시작부터 충돌 빚어
野자료 제출요구에 마이크 끄기도…한때 정회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지난해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나라 영공 무단 침입하고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P-73)까지 비행하는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지났다. 북한 무인기가 자폭 무인기였거나 핵·생물·화학 무기(NBC)를 탑재하고 있었다면 9·11테러 정도의 대형 참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을 수 있는 엄청난 일이다. 지금도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왜 이렇게 위협적이지 않은 것처럼 발언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도 무인기 대책을 충분히 갖춰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이 제대로 된 대응책을 갖고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군의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 발전 방향이라는 보고가 있었는데, 이 목표, 발전방향을 언제까지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보고는 없다"며 "그냥 다시 복귀했으니 망정이지 전시상황이었다면 이런 미비점들이 얼마나 나라와 국민들에게 큰 안보 위협이 됐을지에 대해 우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북한 무인기 침투 이후 9·19군사합의 중단이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전단 살포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며 국방부 장관의 입장을 물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북한 배 표류, 2021년 북한 민간인 헤엄 귀순, 2022년 우리국민 월북사건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문제를 거론했다.
성일종 의원은 "북한 민간인 헤엄 귀순 사건 때 우리가 국방위를 열어달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열어주지 않았다"며 "북한 무인기 사건도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하는 건 맞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국방위를 너무 정쟁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에서 국방이 뚫렸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 이번에 무인기가 넘어온 건 그렇게 대단히 정치공세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종섭 장관은 "9·19 합의 효력정지나 방송재개 등은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맞다. 하지만 9·19 합의는 양측이 상호준수하는 모습이 보여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언제까지 우리만 지킬 것인가가 문제되는 것이고, 확성기 방송도 당연히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주 의원은 국군방첩사령부 등이 관련 정보 유출 경위를 놓고 현직 군 관계자들을 조사 중인 것에 대해 문제삼았다.
김 의원은 "방첩사하고 국정원이 지금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방첩사는 장관이 지시하면 할 수 있지만 국정원은 장관이 지시한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최소한 대통령실이 지시해야 움직이는 조직이다"며 "지금 국정원과 방첩사를 동원해서 국방부와 대통령실 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언론과 국회의원에 대한 사찰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이게 조사냐, 사찰이냐, 경계선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조사하는 김에 사찰까지 하자, 이런 생각이 들면 망하는 거다. 지금보니 조사가 아니고 사찰선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짓이다. 당장 중지하지 않으면 어떤 앙화(殃禍)가 미칠지 모른다. 중지하길 부탁드린다"고 꼬집었다.
여야는 이날 회의 초반부터 출석 관계자와 자료제출을 두고 충돌을 빚기도 했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부근을 침범했으니 대통령실 관계자를 불러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관계자 출석은 운영위원회의 소관이고, 민주당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께서 먼저 오늘 김용현 경호처장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출석하는 국방위로 하자고 했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수긍해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왜 오늘 이 자리에 경호처장과 안보실장이 출석하지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보니 비행금지구역에 무인기가 왔다갔다 하는 걸 확인한 곳이 경호처가 주관하는 부대라고 들었다"며 "그렇다면 작전실패와 경호 실패에 대한 책임이 경호처장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설훈 의원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넘어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도 넘봤을지 모르는 상황이 지난해 12월 26일에 발생했다"며 "그런데 오늘에야 국방위가 열린다는 것은 뒷북을 쳐도 보통 친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 의원은 "여야 대표간에 본회의에서 질의하자고 한 것을 (우리가) 양보해서 경호처와 안보실이 나와 설명하자고 합의했는데 왜 지키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의 소관이고, 민주당이 정치공세가 심하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해당 공역은 경호처에서 설정한 공역이 아니고 군에서 설정한 곳"이라며 "그래서 그 공여과 관련해 경호처와 안보실을 부른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국방위원장으로서 타 위원회 소관된 사람을 부르는 자체도 부당하다고 봐서 타부서에 있는 위원은 부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간사 신원식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까지 국방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라서 야당이 최소한의 금도는 넘지 않았다"며 "국방에 대해 군이 잘못된 걸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간혹 정치공세 사안이 있더라도 자제해왔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그런데 요즘은 왜 모든 사건,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실을 끌어 들이느냐"며 "문재인 정권 때 얼마나 사건, 사고가 많았느냐. 해수부 공무원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가 안보시장이 나오라고 한 적 있느냐"고 지적했다.
그 외 북한 무인기의 P-73 구역 침범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던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국방부, 당정대가 조직적으로 제가 북한과 내통했다는 설을 주장하고 있다"며 "39년 동안 군에 헌신한 저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앞에서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김병주 위원은 국방현안이 발생하기만 하면 사사건건 내로남불성 '기승전안보공백' 정치공세로 일관했다"며 "김병주 위원께서는 60만 국군장병에게 머리숙여 사과하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간첩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제기한 적이 없다. 정당활동의 일환으로 발표한 정치적 논평"이라고도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방위는 초반 군 당국의 관련 자료 제출 문제로 고성을 주고받다가 시작 30분만에 파행을 빚었다.
김영배 의원은 합참 등을 겨냥해 "자료를 지난번에 요구했는데 또 가져오지 않았다"며 "상세항적도를 달라고 몇 차례 요구했는데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자료를 요구하며 무인기 침범 당시 상황을 언급하자 한 위원장은 '지금은 자료요청 시간이니 나중에 질의시간에 말하라'는 취지로 김 의원의 발언을 제재했다.
약 15분 후 속개된 회의에서 한 위원장은 "원만하게 회의를 진행하지 못한 불찰에 대해 사과한다. 처음 해보기 때문에 불찰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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