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전날 수사 결과 발표…공식적인 활동 마무리
경찰·구청·소방 등 관계자 총 28명 입건…23명 송치
이상민 장관과 오세훈 시장, 윤희근 청장은 수사 종결
검찰, 특수본 발표 이전부터 대대적인 압수수색 진행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른바 '윗선'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공을 이어 받는 검찰이 특수본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압수수색에 돌입하는 등 강도 높은 보완수사를 예고했는데 진전된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전날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2일 출범 이후 73일 만이다.
특수본은 수사 기간 동안 경찰과 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자 총 28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2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등 주요 피의자 6명은 구속 송치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책임자들을 상대로는 서면 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특수본이 지난 두 달이 넘는 기간에 500여명을 투입하고도 윗선에 대한 실질적 조사 없이 소극적 수사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면 구체적인 주의의무와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상위 기관으로 갈수록 구체성과 직접성이 덜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적 책임을 물으려면 사고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과 인과관계를 귀속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상위 기관으로 갈수록 입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찰 단계는 결론이 났으나 아직 검찰 수사가 남아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0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남부구치소 등 1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청의 경우, 다음 날까지 강제수사가 이어졌다.
송치 사건에 대해 이처럼 동시다발적이고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경우는 보기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자체적으로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의지가 강해 윗선 수사에서도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특수본 수사가 사실상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고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날 피해자 진술을 위해 서울서부지검을 찾은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의 부대표는 "특수본에서 용산구청장과 용산서장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며 "굉장히 미진하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휘부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한 수사를 명확히 해서 책임이 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철 대표도 "특수본에서 이태원 참사 수사할 때부터 전혀 믿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가족이 가족을 수사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고 경찰 직접 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검찰도 양심있는 검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특수본보다는 나은, 큰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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