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칙조사는 행정절차라고 명시적 판단
"수사기관 작성 조서 아니기 때문에 진술서"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수산물 유통업자인 A씨는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중계자인 B씨와 공모해 수도권 식당에 물건을 공급하지 않았는데도 공급했다는 취지의 허위 계산서를 발급하기로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16년 3~12월 35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 120회를 발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사한 기간 37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 130개를 발행한 혐의도 있다. 이 같은 내용의 매출계산서를 세무당국에 허위신고한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2억원 상당의 허위세금계산서 4장 발급, 같은 취지의 매출계산서를 세무당국에 제출한 혐의도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와 B씨에게 각 징역 2년에 벌금 14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A씨 등에 대한 범칙혐의자심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B씨 등은 수사기관 작성 조서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2심은 진술서의 일종으로 인정하고 증거능력을 부여했다.
형사소송법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서류(일명 서증)의 종류를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류가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다. 피의자에게 혐의에 대해 묻고 답한 과정을 기록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 등이다.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서 작성되고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해야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피고인 혹은 변호인의 '내용 인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즉 B씨 측은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심문조서는 검사 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이기 때문에 공판기일에서 자신들이 내용부인 의견을 밝힌 이상 증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법원은 조세범칙조사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은 특별사법경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조세범칙조사 담당 세무공무원의 역할이 특사경과 유사하더라도 명문 규칙이 없는 이상 세무공무원을 특사경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나아가 대법원은 조세범칙조사는 행정절차의 일종이라고 인정했다. 조세범칙조사의 끝에 수사기관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수사 절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B씨 등의 주장을 배척하고 조세범칙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심문조서는 진술서로 인정했다. 진술서는 작성자의 진술에 의해 진정한 진술인 것이 인정되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대법원은 조세범칙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심문조서의 특신상태 여부 판단 기준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진술거부권 고지, 변호사 등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열람·이의제기 및 의견진술권 등 심문조서의 작성에 관한 절차규정의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위반 등을 고려해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경우 조세범칙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심문조서는 특신상태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이를 통해 A씨 등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이 조세범칙조사 담당 세무공무원이 특사경이 아니며, 조세범칙조사가 형사절차가 아닌 행정절차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작성된 심문조서도 진술서에 해당하며 특신상태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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