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축, 베어링 고정하는 너트 빠져…600시간 작동 후 사고
정비담당자 3명→2명으로 줄어…현재는 관련 제도 폐지
정비담당자, 관리자 등 문책 예정…200여 개 엔진 특별점검
엔진 기어박스 내 구동축과 베어링을 마지막으로 고정하는 너트가 체결되지 않아, 엔진에 정상적인 연료 분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공군은 30일 '공군 KF-16C사고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지난달 20일 양평에서 추락한 전투기의 사고 원인이 엔진정비 불량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먼저 공군은 전투기 추가 사고 발생 경위가 엔진 정지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0일 야간 전투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KF-16은 비행 중 엔진정지 상황이 발생했고, 이에 임무 조종사는 비상상황을 전파하고 비상착륙을 위해 최인접기지인 원주기지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전투기는 고도 2만4000피트(약 8㎞), 시속 250노트(480~500㎞)로 비행 중이었다.
조종사는 공중재시동을 2회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어 원주기지까지 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상의 만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린 후 비상탈출을 시도했다. 조종사는 비상탈출을 통해 큰 부상 없이 탈출했지만, F-15K 전투기는 경기도 양평 야산에 추락했다.
이후 공군은 사고 원인을 분석해 최종적으로 엔진정비 결함인 것으로 밝혀냈다. 엔진의 5개 모듈 중 기어박스의 구동축과 베어링을 고정시키는 너트가 체결되지 않은 것이다.
기어박스 내 구동축과 베어링은 1차 '억지끼움' 방식으로 고정한다. 억지끼움은 서로 다른 크기의 구동축과 베어링을 고정시키기 위해 구동축의 온도는 낮추고, 베어링의 온도는 높여 끼운 후 고정하는 방식이다. 이어 2차로 키워셔(key washer)를 통해 고정하고, 마지막 3차 너트로 고정한다.
이 중 최종적으로 구동축과 베어링을 고정하는 너트가 체결되지 않아 비정상적인 마모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연료공급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의 잔해를 수거해 잔해 재배치 분석, 손상 부위의 성분검사 등 정밀분석한 결과 엔진정지의 원인은 연료펌프 구동축의 톱니바퀴가 비정상적으로 마모돼 엔진에 정상적인 연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엔진의 정비는 지난 2010년 창정비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창정비는 1~3차에 걸쳐 진행된다. 하지만 2010년에는 일부 현장 작업자가 관련 자격을 갖추게 되면 1~2차 정비 과정을 1명이 겸해서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3명에게 정비·점검받는 과정을 2010년 당시에는 2명에게만 받았다. 다만 해당 제도는 2012년 이후 폐지돼, 현재는 정비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3명에게 점검을 받게 된다.
또다른 공군 관계자는 "구동축 톱니바퀴의 마모는 2010년 엔진 창정비 과정에서 구동축으로 고정하는 너트가 체결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정비불량 엔진은 900시간 작동한 상태였다. 일반적인 엔진 창정비는 작동시간 400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까지 40개 이상의 엔진에 대한 점검을 완료했으며, 정비불량이 발견된 엔진은 없었다. 엔진에 대한 정비는 위탁정비사인 한화와 공군 82항공정비창에서 진행한다.
또 공군은 정비불량의 책임을 당시 정비를 담당했던 담당자 2명과 공장장, 정비창장 등 3명의 관리자에게 물을 예정이다. 다만 정비불량에 대한 처벌이 내부징계로 끝날지, 아니면 검찰고발까지 진행될지는 현재 검토 중이다.
공군 관계자는 "조사가 완료된 엔진부터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사고 연결고리 차단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던 중 이달 항공기사고가 재발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 앞으로 더욱 심기일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F-16은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의 F-16에 국산화한 부품을 조립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력화한 전투기다. 대당 가격은 약 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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