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SW원격지개발' 가이드라인 언제쯤…떠나는 MZ개발자

기사등록 2023/01/03 06:10:00

과기정통부 '발주처 관리·감독 어려움' 해소 초점 둔 가이드라인 마련 중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개발인력 출장 늘어…SW 업계 비용부담 커져

MZ 개발자들 본사·재택근무 선호…젊은 개발자 이탈 막아야

과기정통부 공공SW사업 원격지SW개발 활성화 방안 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소프트웨어(SW)업계가 수십년 동안 요구해온 '원격지 개발 가이드라인' 제정이 지체되고 있다. 원격지 개발은 SW기업이 공공사업을 수주해 시스템을 개발할 때 발주처인 정부 기관 등과 떨어진 곳에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간 업계는 SW개발자의 현장파견으로 인한 기업 비용부담 가중, 취약한 개발자 근로 여건 등의 문제점을 들어 '원격지 개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원격지 개발'은 발주처 재량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사례는 미미한 상태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 공개를 목표로 '원격지 개발' 확산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지만, 가이드라인에 담을 내용 협의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현재 초안까지만 마련된 상태다. SW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방향성 협의에 다소 시간이 소요돼, 올해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SW관련 협·단체와 마련 중인 가이드라인은 발주기관이 원격지 개발 기피 사유로 지목했던 '관리·감독의 어려움' '원격 개발 시 제품의 질 하락'등을 해소해 '원격지 개발'을 확산하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에는 발주기관들이 '원격으로 개발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보안 요건 등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SW기업이 제안 요청서에 명시할 작업장소의 보안환경, 개발환경 등에 대한 세부기준 등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년간 이어온 업계 요구...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 필요한 때

통상 SW기업이 공공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해당 프로젝트에 배정된 개발자들이 발주처 혹은 발주처와 가까운 곳에 따로 작업 장소를 마련해 개발을 진행한다. 발주처가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쉽고, 보안상 위험을 덜 수 있으며 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공 분야의 지방 이전이 증가하면서 출장, 지방 거주 문제 등이 불거져 SW업계의 비용 부담이 늘었다. 이것이 SW기업 재정 악화로 연결되자, 관련 업계는 공공기관 위치 지역을 벗어나 원격에서 개발 사업을 수행하도록 줄기차게 요구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업계 요구에 정부는 지난 2011년 '원격지개발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만들어 공개하기는 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했다.

정부는 이후에도 '원격지개발 활성화 방안'등을 통해 현장의 참여를 독려했으나 '현장 파견'이란 관행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지난 2020년 ‘SW산업진흥법'개정을 통해 '프로젝트 수행 기업이 발주처에 원격지 근무를 제안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하지만 해당 조항에도 발주기관이 원격지 개발을 의무적으로 수용할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실제 원격지 개발 이행률은 높지 않은 상태다.

실제, 과기정통부가 1599개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도 공공 소프트웨어사업 5대 중점 분야'점검 결과 원격지 개발 실시율은 22.1%에 그쳤다. 1216개 SW개발사업 중 269개 사업에서만 원격지 개발을 실시한 것으로 점검됐다.

◆원격지 개발 멀어지면, MZ개발자도 떠나간다

관련 업계는 '원격지 개발'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현장에서 젊은 개발자들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위 MZ(밀레니얼+Z)세대 개발자로 불리는 젊은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현장 혹은 고객사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것 보다 본사에서 근무하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옮겨 다니며 개발하는 문화로 점점 개발자들이 떠나고 있다"면서 "현장에는 젊은 개발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SW 원격지 개발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우수한 SW인력을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면서 "결국 본사의 우수한 인력 대신 지방에서 근무가 가능한 외주 인력을 급하게 찾아서 외주계약을 체결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돼 프로젝트의 품질도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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