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준비에도 못 잡는 北 무인기…구멍 뚫린 영공에 국민 '불안'

기사등록 2022/12/27 10:20:47 최종수정 2023/01/02 09:14:01

2014년 이후 北 무인기 대비…레이더 성능 개선했지만 허점 여전

'북한 드론 격추 자신있다'던 합참·공군…서울 뚫려 얼굴에 먹칠

정치권도 비판 이어져…"국민들 안보불안 야기한 군 질타 받아야"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7일 오전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12.2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북한의 무인기 5대가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민간마을 지역까지 남하한 데 이어, 서울 상공까지 접근해 7시간 가량 누볐다.

군은 지난 2014년 북한의 무인기가 처음 발견된 이후 8년 동안 무인기 대응을 위해 준비했지만 정작 격추에는 실패했다. 이에 대한민국 영공이 북한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뚫린 것에 대해 국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과 여야는 군의 대응책이 미비했다고 지적하며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고 비판했다.

27일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전 10시25분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의 항적 수 개를 포착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최초 미상항적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DML) 이북에서부터 포착한 후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이후 항적 추적 및 공군전투기, 공격헬기 등의 격추자산을 운용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했다.

전날 한국의 영공을 침범한 북한의 무인기는 총 5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4대는 강화도 인근 상공을 비행했고, 나머지 1대는 서울 인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최초 식별된 무인기 1대는 3시간가량 비행 후 MDL 이북으로 이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4대는 오후에 순차적으로 포착됐다가 소실돼, 총 5시간 여 작전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특히 서울 인근으로 근접한 무인기는 경기도 김포의 애기봉과 파주의 오두산전망대 사이를 통과해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다. 해당 무인기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했으며 총길이 약 2m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형태는 지난 2014년, 2017년 발견됐던 것과 비슷한 글라이더형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조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를 공개하고 있다. 2017.06.21. bluesoda@newsis.com
북한의 무인기가 한국 영토를 침범한 것은 지난 2017년 6월 이후 약 5년6개월 만이다. 당시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에는 주한미군 사드(THAAD)가 배치된 경북 성주의 골프장 등의 사진이 발견된 바 있다.

2017년 이전에도 북한의 무인기는 경기도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지에서 발견됐다. 북한의 무인기는 대부분 하늘색으로 위장했으며, 동체 내부에는 일본산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우리 군이 북한의 무인기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이후부터다. 당시 군은 북한의 무인기를 발견한 이후 저고도 탐지 레이더, 신형 대공포 개발, 전파 교란 무기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북한의 무인기 남하 때도 신형 레이더 덕분에 군사분계선 이북부터 무인기 탐지가 가능했다. 다만 한국으로 넘어온 무인기를 격추하지는 못해 대공 방어망에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무인기 발견 이후 레이더 성능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라며 "덕분에 초소형 드론을 군사분계선 이북부터 잡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위원은 "다만 서울 영공까지 침범했음에도 격추하지 못한 것은 비판의 대상이다. 격추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워은 "일단 허를 찔린 것도 맞고, 대응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합참과 공군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그동안 '북한 드론 격파'를 자신해왔지만,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영공까지 침범한 만큼 대응책이 미비했다는 비판이다.

앞서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드론(무인기) 공격에 대비한 대공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소형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레이더 보강 등 성능 개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승겸 합찹의장도 지난 16일 육군 제5군단 사령부와 방공진지를 방문해 북한의 무인기 침투에 대비한 작전태세를 점검하면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듯이 현대전에서 드론과 무인기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고, 북한의 무인기 위협도 고도화되고 있다. 적 무인기 도발 시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7일 오전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2.12.27. xconfind@newsis.com
정치권에서도 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드론 5기에 서울 영공이 뚫린 만큼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국방은 단 한순간의 실수나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 8년 전에도 이런 침범이 있었는데 왜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는지 검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해 "우리 군 역시 질타받아야 한다. 북한 무인기가 6시간 동안 우리 영공을 활보하며 우리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고도 했다.

그는 "군은 정오께 김포공항, 인천공항의 비행기 이·착륙 금지 명령을 내려놓고도 이같은 사실을 곧바로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군 당국은 국민의 불안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인가. 6시간이 넘도록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침묵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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