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 없어"
경찰, 일당 51명 검거…보증금 266억 편취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임의 경매가 예상되는 주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세입자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인천지법 영장전담재판부(부장판사 소병진)는 23일 사기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A씨 등 5명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소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해 소명되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A씨 등의 출석 상황, 심문에 임하는 태도, 일정한 주거와 직업, 가족 등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종합해 볼 때 제출된 기록만으로는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같은 혐의로 A씨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나머지 공범 46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 사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임의경매가 될 것으로 보이는 주택을 계약한 뒤 세입자 327명으로부터 보증금 약 26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자금 경색 등으로 임의경매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공인중개사 등 공범들에게 전세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인천을 중심으로 2700여세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주택의 상당수는 A씨가 직접 시공한 공공주택으로 확인됐다.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임대업자 등으로 구성된 일당은 이미 근저당이 잡혀있는 탓에 계약을 걱정하는 세입자들을 상대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주면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A씨는 아파트와 빌라 등을 신축한 뒤 주택담보 대출과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모아 또 다른 건물을 짓는 방법으로 부동산을 늘려 갔다.
경찰은 지난 7월께부터 미추홀구 일대 주택에 대한 전세 사기 고소가 집중되자 전담팀을 지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인천지검과 협업해 A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미추홀구 미래전략실에 설치된 전세사기 피해지원·예방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접수한 고소 건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기관과 공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 계약 전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보증금 반환을 위한 '이행보증각서' 등을 너무 신뢰하지 말라"며 "근저당설정 등 선순위 채권 여부,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 사용, 임대인 체납 여부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01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