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찰, 미추홀구 집단 전세사기 일당 51명 검거
경매 예상 주택 속여 임대차계약 체결 후 보증금 편취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임의 경매가 예상되는 주택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수백억원 규모의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60대 건설업자는 주택 2700여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1139채를 보유한 채 사망해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를 준 '빌라왕' 사태와 비슷한 유형의 범죄로 확산될 전망이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 및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중개업자 A(60대)씨 등 5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5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 사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임의경매가 될 것으로 보이는 주택을 계약한 뒤 세입자 327명으로부터 보증금 약 26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 다수의 주택을 보유하면서 자금 경색 등으로 임의경매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공인중개사 등에게 전세 계약을 체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A씨는 아파트와 빌라 등을 신축한 뒤 주택담보 대출과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모아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으로 부동산을 늘려 갔다.
A씨는 인천을 중심으로 2700여세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주택의 상당수는 A씨가 직접 시공한 공공주택이다.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임대업자 등으로 구성된 일당은 이미 근저당이 잡혀있는 탓에 계약을 걱정하는 세입자들을 상대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이행보증각서’를 써주면서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 등 5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인천지법에서 소병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구속여부는 이날 중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전세사기피해 지원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의 재력을 과시하며 임차인을 현혹시켰고, 경매로 인한 피해가 있을 시 모든 책임을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지겠다며 안심시켜 피해자들에게 계약을 유도했다”며 “그러나 임대인의 고의적인 체납으로 인해 경매가 진행되고 있어, 이미 매각된 세대들에 대한 피해구제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전세 피해자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전세 사기 사건은 나의 가족 친구 혹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자기 자신의 상황일 수 있다”면서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무너져버린 하늘은 칠흑과 같이 검고, 디딜 땅은 늪과 같이 깊다. 인천시는 주거지를 잃고 거리로 쫓겨날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7월께부터 미추홀구 일대 주택에 대한 전세 사기 고소가 집중되자 전담팀을 지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인천지검과 협업해 A씨 등을 검거했다.
경찰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미추홀구 미래전략실에 설치된 전세사기 피해지원·예방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접수한 고소 건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기관과 공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 계약 전 부동산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보증금 반환을 위한 ‘이행보증각서’ 등을 너무 신뢰하지 말라”며 “근저당설정 등 선순위 채권 여부,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 사용, 임대인 체납 여부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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